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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불가능 한 것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개혁'이다."
복지 국가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시민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오히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것은 미국보다 복지국가인 유럽에서 보호 무역에 대한 요구가 덜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 해도 실업 수당을 받아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요. 또 유럽 사람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직업 재교육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 사람들은 한 번 일자리를 잃으면 생활이 심하게 어려워질 뿐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적절한 재교육을 받으면 생명공학과 같은 '유망 산업'에서 일할수 있는 미국 노동자들이 자동찬 산업 같은 '사양 산업'에서 악착같이 일자리를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면 대성할지 모를 유망한 청년들이 의사, 변호사와 같은 안정된 직종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런 개인의 선택은 사회 전체로 볼 때는 재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립니다.
만약 유럽 국가처럼 한국이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있다면 이들이 첫 번째 직업을 선택할 때나, 현재의 직업을 떠나야 할 때 제2의 혹은 제3의 기회가 생기리라는 것을 알고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25
사람들은 항상 묻습니다. "대안이 뭡니까?"물론 주어진 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대안이 없습니다. 힘 있는 이들이 규칙을 만들어 놓고 다른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대안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력을 하면서 자꾸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대안이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지요.-45 장하준
도정일 경희대학교 명예 교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장) "한국을 '좀비의 나라'로 만드는 바이러스에 맞서라."
지금 우리 사회는 '사유의 정지'라고 부를 만한 일종의 마비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생각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기피하고 혐오하는 것이 사유의 정지입니다. 생각한다는 행위에 모라토리엄을 걸어버리는 거지요.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부터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안한다고? 무슨 소리, 우린 열심히 생각하고 있어, 라고 반박할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생각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사회적 사유'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막 살아도 되는가,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도 되는가-개인의 삶과 집단의 삶을 연결해서 성찰하고 잘못된 것들을 찾아내고, 그래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의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사회적 사유입니다.-55
지식사회, 지식경제, 정보지식 같은 '지식 타령'에서 보듯이 지금 우리 사회를 휘어잡고 있는 지식정보주의 사고구조입니다.
정보도 중요하고 지식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보만 있으면 된다. 지식만 있으면 된다는 건 아니거든요. 정말이지 천만의 말씀입니다. 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보를 판단하는 비판적 능력이고, 지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식을 생산하는 '생각의 능력'입니다. 사물과 현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해석하는 힘, 기존 지식의 틀을 넘어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상상력, 남들이 던지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하는 지적 모험, 인간과 세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능력-이런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넘어선 곳에서 작용하는 생각의 능력입니다.
그런데 지식만능주의는 지식이란 기성품으로 만들어져 어딘가에 주어져 있다. 인터넷에 있고 위키에 있다. 그것을 사냥하고 검색해서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라고 믿게 합니다. 이건 착각이고 환상이죠. 쉬운 예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지식의 형태로 어디에 주어져 있나요? 정답이 있나요? 아니죠.
지식만능주의는 지식이란 것이 사과나무에 사과 달리듯 거기 어딘가에 달려 있을 것이므로 내가 가서 따기만 하면 된다는 착각과 함께 무슨 수학문제 풀듯 '정답 찾기'의 환상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갑니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정답 찾는 훈련에 몰두하도록 훈육됩니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문제, 판단과 해석과 의미를 요구하는 문제를 만나면 망연자실 기절하지요.-57
지금은 돈이 가치의 전부를 표현하고 의미의 저부를 만드는 시대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금도 중요한 본질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고 소중한 의미는 돈으로 생산되지 않습니다. 한 예로, 사회봉사 활동 하는 사람들을 보세요. 그들은 돈을 받지 않고, 돈을 주면 버럭 화를 냅니다. 봉사 활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는 직관을 그들은 갖고 있어요.
이런 가치 추구가 사실은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행복은 "내가 행복을 찾아야 하는데" 하고 쫓아다니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가치를 추구하자, 그러면 행복이란 녀석이 웃으며 따라오지 않겠는가고 말합니다. 자기 존재의 의미, 자기 삶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할 때는 자살을 생각하는 동물이 인간입니다. 무가치와 무의미 상태에서는 그가 전혀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63
디지털 매체의 편이성에 한번 중독되면 거기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책은 느린 매체이고 모든 독서는 '느린 독서'인데 지금의 청소년 세대는 그들의 속도감에 반하는 이 느림을 견딜 수 없어 합니다. 그들은 '3초 문화'에 흠뻑 젖어 있고 집중력은 5분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으로 이 주소 저 주소 옮겨 다니며 읽을 만한 기사가 있는지 검색하는데는 3초면 되고 쪼가리 글 읽는 데는 5분이면 됩니다.
좀 긴 호흡의 글, 집중해야 할 글, 15분 이상의 체류 시간이 걸리는 글은 인터넷 문화에서는 '시체'에 해당합니다. 이 '3초 5분' 세대에게 책읽기란 지루한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 이상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68
민주주의가 왜 중요하냐면, 그게 어떤 체제보다도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절망을 제어합니다. '희망 없다'가 절망이고 절망은 지옥의 조건이지요. 지옥의 조건을 거부한느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왜 그런가? 틀린 것, 잘못된 것,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을 바꿔내고 고쳐낼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 사회는 절망에 빠집니다. 그런데 그 틀린 것들을 바구고 고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간판만으로 일이 안 됩니다. 문제적 사회 현실이 있을 때 그것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바꾸어낼 것을 요구하는 시민이 있어야 변화가 가능합니다. 시민의 민주적 역량, 앞에서 우리가 민주주의 문화라고 부른 것이 그래서 결정적으로 중요하지요. 변화의 가능성이 희망인데, 이 희망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아닙니다. 시민이, 시민 자신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 그가 열어야 하는 것이 희망입니다. 말하자면 깨어 있는 시민이 희망의 동력이지요. 저는 우리에게 이 동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보를 부흥하라."
저에 대한 찬사, 기대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소리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모든 공인은 어느 정도 거품이 있습니다. 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실력을 쌓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거품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테니까요.
왜 대중이 제 말에 귀를 기울일까,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얼굴이 잘생겨서, 여성 팬이 많아서······.(웃음) 그런 부차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핵심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고 다른 메시지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이지요. 그것에 몇 가지가 덧붙여 있는 게 지금의 저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시대정신이 혹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가 바뀌어쓴데 거기에 대한 콘텐츠가 없다면 대중에게 외면을 받고 추락하는 건 한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91
김두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상사람들이여, '사탄의 시스템'에 맞서 싸워라!"
한국 사회는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진보', '보수' 할 때의 그런 보수가 아니라, 쉽게 말하면 '강한 것은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정말로 강합니다. 네가 약한 것은 네 책임이야, 이런 식으로요, 예를 들자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좋은 대학을 못 갔으니까, 그것에 따라 차별받는 부담도 네가 뒤집어써라, 몸이 불편하니까 거기에 따른 손해도 너희가 짊어져라, 네가 힘이 있으면 그것을 극복해서 살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느냐, 이런 식의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약한 사람을 밟고자 하는 분위기죠.
따지고 보면, 자기도 학벌과 같은 문제로 차별을 받고 있을 텐데,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더 심하게 차별하는 이런 현상, 이게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차별이 만연한 중요한 이유이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이 사회에서는 앞으로도 불행한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118
엄기호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윤희정 덕성여자대학교 학생(미술사학과) "20대는 찌질이? '486'한테 보고 배운 것뿐인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찰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찰하는 힘은 자신의 삶을 긍정할 때 나올 수 있죠. 지금 20대를 둘러싼 현실은 어떤가요? 팍팍한 현실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목소리 높이는 비판은 그들에게 '쓸모없는 인생'인생이라고 딱지를 붙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20대가 자기 삶을 긍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렇게 그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나면, 자기성찰의 계기는 스스로 마련하리라고 생각합니다. 20대가 그렇듯이 인간은 누구나 고군분투하면서 사는 존재이죠.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긍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144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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