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

Category : 이야기Ⅰ/독서노트 Date : 2012.03.11 20:53 Writer : 송막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양장)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미치 앨봄(Mitch Albom),모리 슈워츠(Morrie S. Schwarts) / 공경희역
출판 : 살림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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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리 선생님은 이미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시한부 생명이라는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나오던 그날, 그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 쓸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시름시름 앓고 싶지 않았다. 또 죽어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의 죽음을 삶의 중심이 될 마지막 프로젝트로 삼고 싶어했다. '누구나 죽으니까, 기왕이면 자신의 죽음을 대단히 가치 있는 일로 승화시킬 수는 없을까?'라고 말이다.-25

갑자기 모리 선생님이 말문을 열었다.
"죽어가는 것은 그저 슬퍼할 거리에 불과하네. 불행하게 사는 것과는 또 달라.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불행한 이가 아주 많아."
"왜 그럴까요?"
"글쎄... 무엇보다도 우리의 문화는 우리 인간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네. 우린 거짓된 진리를 가르치구 있다구. 그러니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쓰지는 말게. 그것보단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하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네. 그래서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불행해. 이런 상황에 처한 나보다도 말야."-56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조차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구.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헌신해야 하네."-66  

"미치, 우리의 문화는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놔두지 않네. 우리는 이기적인 것들에 휩싸여 살고 있어. 경력이라든가 가족, 주택 융자금을 넣을 돈은 충분한가, 새 차를 살 수 있는가, 고장난 난방 장치를 수리할 돈은 있는가 등등. 우린 그냥 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해 수만가지 사소한 일들에 휩싸여 살아. 그래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우리의 삶을 관조하며, '이게 다인가?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인가? 뭔가 빠진 건 없나?' 하고 돌아보는 습관을 갖지 못하지."-91

그는 반복해서 말했다. 
"죽게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지.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텐데."
"자기는 안 죽을 거라며 자신을 속이지요."
"그래. 하지만 죽음에 대해 좀더 긍정적으로 접근해보자구. 죽으리란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 수 있네. 그게 더 나아. 그렇게 되면, 사는 동안 자기 삶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거든."
"죽을 준비는 어떻게 하나요?"
"불교도들이 하는 것처럼 하게. 매일 어깨 위에 작은 새를 올려놓는 거야. 그리곤 새에게 '오늘이 그날인가? 나는 준비가 되었나? 나는 해야 할 일들을 다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나?' 라고 묻지."
그는 새가 얹혀져 있기라도 한 듯 어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이 내가 죽을 그날인가?"-111

"다들 잠든 채 걸어다니는 것처럼 사니까. 우린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지. 왜냐면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면서 반쯤 졸면서 살고 있으니까."
"그러면 죽음과 직면하면 모든 게 변하나요?"
"그럼. 모든 것을 다 벗기고, 결국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자기가 죽게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매사가 아주 다르게 보이네."
선생님은 한숨 지었다.
"어떻게 죽어야 좋을지 배우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우게 되니까."-113  

나는 모리 선생님에게 정상에 있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티지만 벌써 언덕을 넘어 내리막길에 들어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먹는 것을 조심하고, 거울 앞에서 머리가 얼마나 벗겨졌는지 점검하고, 젊었을 때는 자랑스럽게 나이를 말했는데 이젠 더이상 나이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고, 또 직업적으로 인기를 잃을까봐 사십줄에 가까워지는 것이 두렵다고.
그러나 선생님은 나이 먹는 것을 좀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세상 사람들은 젊음을 강조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잘 들어보게. 젊다는 것이 얼마나 처참할 수 있는지 난 잘 알아. 그러니 젊다는 게 대단히 멋지다고는 말하지 말게. 젊은이들은 갈등과 고민과 부족한 느낌에 시달리고, 인생이 비참하다며 나를 찾아오곤 한다네. 너무괴로워서 자살하고 싶다면서..."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의 생홛을 떠올렸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이런 비참함을 겪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둔하기까지 하지. 인생에 대해 이해하지도 못하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데 누가 매일 살아가고 싶겠나? 이 향수를 사면 아름다워진다거나 이 청바지를 사면 섹시해진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조작해대는데 바보같이 그걸 믿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어디 있어."
"늙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으셨어요?"
"미치, 난 나이 드는 것을 껴안는다네."
"껴안아요?"
"아주 간단해.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지. 22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22살만큼 무지할 거야. 나이 드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은 아니네. 그것은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야.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구."-155

이 나라에선, 우리가 원하는 것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 사이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네. 음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우리가 원하는 기호식품일 뿐이야. 자신에게 정직해야 하네. 최신형 스포츠 카는 필요치 않아. 굉장히 큰 집도 필요없고."
그는 한참 동안이나 나를 우수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사실 그것 만으로는 만족을 얻을 수 없네. 자네에게 진정으로 만족을 주는 게 뭔지 아나?"
"뭐죠?"
"자네가 줄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164

"내가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내 고통과 아픔만으로도 충분한 이 마당에? 물론 내 고통만으로도 충분하지. 하지만 타인에게 뭔가를 주는 것이야말로 내게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자동차나 집은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으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해. 내가 그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때, 그들이 슬픈 감정을 느낀 후에 내 말을 듣고 미소지을 때, 그럴때의 느낌은 건강할 때의 느낌과 거의 비슷하네."
"그렇군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일들을 하라구. 그런 일들을 하게 되면 절대 실망하지 않아. 질투심이 생기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도 않게 되지. 오히려 그들에게 베풂으로써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들에 압도당할꺼야."-167  

나는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이 있다고 믿네. 그것은 함께 있는 사람과 정말로 '함께' 있는 것을 뜻해. 지금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땐, 난 계속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만 신경을 쓰려고 애쓰네. 지난 주에 나눴던 이야기는 생각하지 않아. 이번 금요일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아. 코펠과 인터뷰를 할 일도 생각하지 않고. 혹은 먹어야 되는 약 생각도 안 해. 나는 지금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오직 자네 생각만 하지."-175

"난 자네 세대가 안쓰럽네. 이런 문화에서는 다른 사람과 사랑하는 관계에 빠지기란 참으로 힘들지. 왜냐면 문화가 우리에게 그런 걸 주지 않으니까. 요즘 가여운 젊은이들은 너무 이기적이어서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든가, 아니면 성급하게 결혼하고는 대여섯 달 후에 이혼을 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네. 그들은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몰라. 자기가 진정 누구인지 몰라. 그러니 결혼하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알겠나?"-190

이따금 대화를 할 때, 선생님은 "그 일을 밝히면 샬럿이 언짢아 할지 몰라서"라면서 대화를 마무리짓곤 했다. 모리 선생님이 뒤로 빼는 경우는 그때뿐이었다. 
"살면서 결혼에 대해 많이 배웠지. 그건 시험보는 것과 같아. 자기가 누구인지. 상대방은 누구인지, 둘이 어떻게 맞춰갈 것인지를 탐색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
"결혼 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될 규칙 같은 게 있나요?"
모리 선생님은 미소지었다.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네, 미치."
"저도 알아요."
"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진실이이라고 할 만한 몇 가지 규칙은 있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그들 사이에 닥칠지도 모른다. 타협하는 방법을 모르면 문제가 커진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인생의 가치가 서로 다르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두 사람의 가치관이 비슷해야 하네."
"그렇군요." 
"그런데 미치,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것은 결혼의 '중요성'을 믿는 것이라네."-192

나는 선생님에게 더 젊었을 때 왜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어디로?"
"모르겠어요. 남미나 뉴기니나, 미국처럼 이기적이지 않은 곳으로요."
"어떤 사회든 나름대로 문제는 있지."
그가 눈썹을 치뜨는 모습이 마치 어깨를 으쓱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달아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자기가 사는 곳에서 자기의 문화를 창조하려고 노력해야지. 보자구. 어디 살든지 우리 인간의 최고 단점은 근시안이라는 점이야. 우리는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보지 못해. 우리의 잠재력을 보고, 우리를 넓힐 수 있는 데까지 쭉쭉 넓혀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지. 한데 '이제 난 내 것을 갖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게 되면 결국 몇몇이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고, 그러면 가난한 자들이 들고 일어나네. 그럼 가진 자는 자신의 것을 훔쳐가지 못하게 군대를 써서 그것을 막게 되지."
모리 선생님은 내 어깨 너머로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떤 때는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나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잠시 이웃집들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미치, 우리가 서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네. 백인과 흑인, 천주교 신자와 개신교 신자, 남자와 여자... 다 똑같은데, 서로 비슷하다는 점을 안다면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의 인류대가족에 합류하고 싶을 거야. 그래서 지금 우리가 가족을 돌보는 것처럼 인류 대가족을 서로 돌보고 싶어질거야."
난 말없이 그의 말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내 말을 믿으라구. 죽어가고 있을 때는 사람은 모두 다 같다는 게 참말임을 알게 되네. 우리 모두 똑같이 시작하지, 출생으로. 그리고 똑같이 끝나네, 죽음으로. 그런데 뭐가 그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거야? 인류 대가족에 관심을 가지라구. 사람들에게 애정을 쏟게. 자네가 사랑하고 자네를 사랑하는 작은 공동체를 세우란 말일세."
그는 내 손을 가만히 쥐었다. 나는 더 세게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201

"미치, 복수심이나 고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어 봤자 아무 소용 없어. 그것들이..."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면서 그런 것들이 후회가 돼. 자만. 허영. 왜 우린 그런 일들을 할까?"
나는 용서가 왜 중요한지 물었다. 대개 영화에서 보면 아버지가 죽음에 당면해 눕게 되면 세상을 뜨기 전 화해하기 위해 그간 소원했던 아들을 부른다. 나는 선생님에게 세상을 뜨기 전에 불쑥 '미안하다'고 말할 만한 일이 마음속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조각상 보이지?"
선생님은 서재의 저쪽 선반 높이 놓인 두상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나는 조각상이 그 자리에 있는 주 여지껏 몰랐었다. 청동상이었는데 넥타이 차림의 40대 초반의 모리 선생님의 얼굴이었다. 이마에 머리칼이 텁수룩한 모습을 한 선생님의 조각상이었다. 
"나라네. 한 30년 전쯤 친구가 만들어줬지. 노먼이라는 친구였어. 우리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지. 수영도 하고, 차를 몰고 뉴욕에도 가고, 그 친구가 날 케임브리지의 자기 집으로 데려가더니, 지하실에서 이 두상을 만들어주었지. 완성까지 몇주일이나 걸렸지만, 그 친구는 제대로 만들고 싶어했네."
나는 두상을 찬찬히 살폈다. 3차원적인 모리 선생님을 보니 참 이상했다. 너무도 건강하고 너무도 젊은 선생님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청동상이긴 하지만 선생님만의 별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친구분이 정신까지도 조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 슬픈 이야기가 있네. 노먼네 부부는 시카고로 이사를 갔어. 그로부터 얼마 지난 후, 샬럿은 대단히 큰 수술을 받았어. 한데 노먼 부부는 우리에게 연락을 주지 않았어. 샬럿이 수술받은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샬럿과 나는 그들이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지 않았던 일 때문에 몹시 맘이 상했지. 그래서 우리 관계는 끊어졌네."
선생님은 다시 한번 조각상에 눈길을 보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오랜 세월을 두고, 노먼과 몇 차례 만났고 그는 번번이 화해하려 애썼지만 난 받아들이지 않았지. 그의 변명이 성에 차지 않았던 거야. 난 자만심이 가득했어. 그래서 그를 밀어내버렸던 거야."
선생님은 목이 메이는 것 같았다.
"미치... 몇 년 전... 그 친구는 암으로 죽었다네. 하지만 난 그를 보러 가지 않았어. 물론 용서하지도 않았어. 그게 내 마음을 이렇게도 아프게 하네..."
그는 또 울었다. 나지막이 흐느꼈다. 머리가 뒤로 제껴져 있어서 눈물이 입술에 닿기도 전에 옆으로 흘러내렸다.
"공연한 얘기를 꺼내서... 죄송해요."
내가 말했다. 
"그럴 것 없어. 우는 것도 괜찮네."
선생님은 속삭였다.
나는 생기 없는 발가락에 로션을 문질렀다. 모리 선생님은 자기 감정에 빠져서 몇 분간 더 울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미치. 우린 자신도 용서해야 해."
"우리 자신을요?"
"그렇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용서해야 하네.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을 일에 대해서. 일이 이러저러하게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 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선생님도 그러신 적 있으셨어요?"
"난 언제나 '연구를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또 '책을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네. 그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을 질타하곤 했어. 그러나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런 질타가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겠어, 화해하게. 자기 자신과 주위의 모두와..."
나는 몸을 굽혀, 휴지로 눈물을 닦아드렸다. 선생님은 눈을 깜빡이며 크게 떴다 다시 감았다. 숨소리가 가볍게 코고는 소리 같았다. 
"자신을 용서하게. 그리고 타인을 용서하게. 시간을 끌지 말게, 미치. 누구나 나처럼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 누구나 다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지."
나는 휴지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다시 그의 발을 만졌다.-214

"우리 모두 찾는 게 바로 그거잖아. 죽어간다는 생각과 화해하는 것.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죽어가면서 평화로울 수 있다면, 마침내 진짜 어려운 것을 할 수 있겠지."
"그게 뭔데요?"
"살아가는 것과 화해하는 일."
그는 등 뒤에 놓인 히비스커스 화분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화분을 들어, 그의 눈높이쯤에 맞춰주었다. 선생님은 미소를 지었다.
"죽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야. 우리가 죽음을 두고 소란을 떠는 것은 우리를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지. 인간이 자연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는 화분을 보며 싱긋 웃었다.
"모든 것은 태어나고 죽는 거야."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 그걸 인정하나?"
"네."
"좋아. 이제 바로 여기에 분기점이 있네. 우리가 이 멋진 동식물과 어떻게 다른지 이 점에서 갈라져 나온다구."
그는 히비스커스 화분을 사랑스러운 듯 다시 한번 눈길을 보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가졌던 사랑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진짜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고 죽을 수 있네. 자네가 가꾼 모든 사랑이 거기 그 안에 그대로 있고, 모든 기억이 여전히 거기 고스란히 남아 있네. 자네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어. 자네가 여기 있는 동안 만지고 보듬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갈려졌다. 그것은 한동안 쉬어야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화분을 제자리에 갖다놓고, 녹음기의 작동을 중지시키러 갔다. 녹음기가 꺼지기 전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222 

"인간관계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네. 양쪽 모두가 공간을 넉넉히 가지면서, 넘치는 사랑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라네. 두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각자의 삶이 어떤지."
"협상이라구요?"
"사업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이기기 위해 협상을 벌이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상을 하네. 어쩌면 자네가 거기에 너무 익숙해졌는지도 몰라. 하지만 사랑은 다르다네. 자기 상황뿐만 아니라 다름 사람의 상황에도 마음을 쓸 때 바로 그게 진정한 사랑이지."
"진정한 사랑이요?"
나는 힘없이 따라했다.
"자네는 동생이랑 특별한 시간을 보냈지. 한데 이젠 그와 함께했던 것을 누리지 못해. 둘론 되돌리고 싶겠지. 그런 시간이 멈추는 것이 싫을 거야. 하지만 그게 인간이잖나. 멈추고, 새로워지고, 멈추고, 새로워지고."

이따금 내 노은사를 다시 찾기 전의 나를 돌아본다. 난 이전의 그(이전의 미치)에게 말하고 싶다. 무엇을 찾아야 할지, 어떤 실수를 피해야 할지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더 마음을 열라고, 광고로 인해 헛된 가치에 유혹되지 말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말할 때는 생애 마지막 이야기인양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 그에게 비행기를 타고 매사추세츠 주의 웨스트 뉴턴에 사는 노신사를 찾아가라고, 그 노인이 병들어 춤출 힘을 잃기 전에 찾아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이미 저질러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지나간 삶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선생님이 내게 가르쳐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일' 따윈 없다는 것.-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