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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독서노트

모모-미하엘 엔데 '책을 선물 받은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시간을 선물 받았네요.'

모모
국내도서>소설
저자 : 미하엘 엔데(Michael Andreas Helmuth Ende) / 한미희역
출판 : 비룡소 199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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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를 선물 받았다. 사실 선물 받았다기 보다는 강탈했다는 말이 맞을 지도;;; 지용님이 '모모'를 재밌게 읽었다는 말을 듣고 댓글로 떼를 썼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용님께서 '모모'를 손수 사오셨다. 유난히 땀을 흘리는 지용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도 저분의 귀한 땀방울이 스몄겠구나.'


안에 짧은 편지가 있었다. 처음에 읽을때는 저렇게 나를 위해 글이 쓰여져 있는지 몰랐다.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펴들었을때, 비로소 '지용엉아'의 편지를 발견했다. 우리는 이렇듯 많은 순간 진정 소중한 것을 놓치고 지나간다. 놓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체...

모모의 핵심은 제 6장에 다 담겨 있는거 같다.

"선생님, 시간을 어떻게 아끼셔야 하는지는 잘 아시잖습니까! 예컨데 일을 더 빨리 하시고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세요. 지금까지 손님 한 명당 30분 걸렸다면 이제 15분으로 줄이세요. 시간 낭비를 가져오는 잡담은 피하세요. 나이 드신 어머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어머니를, 좋지만 값이 싼 양로원에 보내는 겁니다. 그러면 어머니를 돌볼 필요가 없으니까 고스란히 한 시간을 아낄 수 있지요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앵무새는 내다 버리세요! 다리아 양을 꼭 만나야 한다면 두 주에 한 번만 찾아가세요! 15분 간의 저녁 명상은 집어치우세요. 무엇보다 노래를 하고, 책을 읽고, 소위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충고하는데, 잘 맞는 커다란 시계를 하나 이발소에 걸어 놓으세요. 견습생이 일을 잘 하고 있나 감시할 수 있게 말이지요."-91

"이제 선생님도 진짜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분이 된 겁니다. 푸지 씨, 축하드립니다!"-92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신문들은 날이면 날마다 시간 절약 효과가 있는 새로운 장치의 이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그 우수함을 찬양했다. (중략)
하지만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점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 그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95~98

-시간을 아낄수록 시간이 오히려 점점 줄어든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시간을 아끼고 매 순간 전투하듯이 살아가고 있는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을 얻기 위해 시간을 포기하고, 행복을 얻기위해 그 순간의 행복을 유보해버린다. 이게 그 대단한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현대 인간의 자화상이다.


"시간은 언제나 거기 있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음악 같은 걸 거에요. 하지만 저는 그 음악을 이따금 들었던 것 같아요. 아주 나지막한 음악이었어요."
호라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중략)
"아니야 모모, 이 시계들은 그 저 취미로 모은 것들이야. 이 시계들은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갖고 있는 것을 엉성하게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아.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 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216~217

-시간을 소홀히 하는것은 시간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구나. 시간은 가슴으로 느끼는 거구나. 시간은 꼭 사랑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끼고 소중히 할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그럼으로써 사랑은 드디어 영원함을 얻는다. 시간도 이와 같구나. 시간을 느끼고 더 소중히 할수록 우리는 그안에서 여유가 싹트고 시간을 얻는다. 시간은 효율이나 절약할 수 있는게 아니다. 언제가의 더 큰 사랑을 위해 지금의 사랑을 절약한다면 그 얼마나 우스운가. 우리는 시간앞에서 모두 얼마나 우스운가.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주며 매 시간마다 진실을 말해주지. 허나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란다. 사람들은 오히려 두려움을 불어 넣는 자들을 더 믿고 싶은 모양이야. 정말 수수께끼야."-219

-왜 우리는 두려움의 말에 더 귀기울이는 것일까. 아니 나는. 그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감때문이 아닐까. 내안의 불안감이 두려움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모는 거북에게 말했다.
"부탁이야, 좀더 빨리 걸으면 안 될까?"
거북은 대답했다.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거야."-317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거야' 요즘의 내게 와닿는 말이다. 넌 더 빨리 매듭짓고 싶었다. 그럴수록 그 초조함이 그걸 방해했고, 그걸 이해받지 못함에 더 불안했다. 그럴수록 일은 꼬여만 갔다. 나는 놓치고 있었다. 모든것에는 숙성할 시간이 필요함을...그건 기계적으로 뚝딱 찍어내거나 효율적으로 단축시킬수 있는 것이 아님을...
 
"나는 이 모든 일이 이미 일어난 일인 듯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일이 앞으로 일어날 일인 듯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내게는 그래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작가 후기

-그렇다. 이안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이미 내 안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일어날 지도 모를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