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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독서노트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이외수 '슬럼프에서 만난 책 한 권'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이외수
출판 : 해냄출판사 200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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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게 있지요. 슬럼프입니다. 사실 슬럼프 뿐이겠습니까. 사실 슬럼프 말고도 많지요~ㅎ  눈치 빠른 분은 눈치 채셨을거에요. 특히 눈치빠른 여자라면요ㅋ 제가 요며칠 슬럼프네요;;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는데 계속 바닥으로만 향하는...배운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슬럼프 극복을 위해 책을 찾아 들었습니다. 오늘 읽은 책은 이외수 선생님의 재치와 내공이 느껴지는 책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입니다.

  몇주 전에 북나나 가족이신 수정님께서 선물해주신 책인데, 미루어 두고 있다가 제대로 때를 만난 것 만난거 같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꽃들은
  사랑의 아픔과 연계해서 태어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인간도
  사랑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
  사랑하라는 말은 행복하라는 말과 동일하다.-서문 중에서
  서문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슬럼프 다른 말로 하면 지금 이순간 '행복하지 않다' 겠죠. 제 슬럼프도...사랑의 결핍이 문제일까요?ㅋ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라는 책 제목이 떠오르는 순간이네요ㅜ

  극단적으로 말해서, 여자는 목매달아 죽고 싶어도 예쁜 밧줄이 없으면 목매달아 죽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족속들이다. 한 마디로 죽어서까지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왜 여자는 죽어서까지 예뻐 보이고 싶어하는 것일까.
  예쁘다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과 동일하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대상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죽어서까지 예뻐지고 싶다는 열망은 죽어서까지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과 동일하다.-p.33
  초반에는 여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네요. 책 제목에 충실하달까. 근데 정말 저런가요? @.@~

  하지만 오늘날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외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자가 드물다.
 
 수많은 여자들이 진실한 사랑을 촉발시키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야상을 나타내 보인다. 대다수가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에 영혼을 저당 잡힌 채 외모를 치장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남자를 평가할 때도 심성이나 가치관은 중시하지 않는다. 외모와 재산과 가문과 학벌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네티즌들은 이런 여자들을 된장녀라고 부른다.

  그녀들은 실연을 당해도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실직을 당해도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여자의 가치를 외모로만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성이나 교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당연히 도서관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미용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몇년전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키가 작아서 취직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여자분이 뼈를 절단하고 늘려서 키를 늘리는 수술을 받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내용을 다룬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나요. 키크는 수술이 부작용이 많다는데 그런 고통과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는게 어린 마음에 이해가 안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면이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의 제 슬럼프의 원인도 마찬가지 겠죠? 내면의 결핍... 
 
  '이 아이를 장차 세상을 변화시킬 큰 인물로 키우려면 부모로서 어떻게 가르쳐야 합니까'
  격외옹이 대답했다.
  '자신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먼저 가르치시게'-p.50
  초반부를 넘어서면 이제 조금 다양한 주제를 다루더군요. '청춘에게 고함'이라는 주제가 어울린달까. 때때로 놓치는 문제인데, 특히나 심적으로 결핍되어 있을때는 원인을 외부에서 찾게 되죠. 지금의 저, 누군가가 슬럼프에서 꺼내주는게 아니라 스스로 나와야 하는거겠죠? 내가 변해야 하는거니까요.

  사랑은 그대가 단지 한 사람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죄목 하나로 아침이면 그대를 문책하고 저녁이면 그대를 고문한다. 그러나 회피하지 말라. 세상에는 슬픔 없이 벙그는 꽃이 없고 아픔없이 영그는 열매가 없다.-p.56
   잠시 사랑얘기하면서 쉬어가는것도 좋죠? 사랑이란게 참 그러네요. 근데 또 이런게 그닥 싫지 많은 않아요. 표현이 이상하지만 '행복한 문책, 행복한 고문, 즐기고픈 슬픔' 이랄까. 근데 '벙그는'이라는 표현 이번에 처음 만났어요. 어휘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고등학생 하나가 감성마을 찾아와 격외옹에게 물었다.
  '학교를 다니시 싫은데 어떻게 할까요'
  격외옹이 반문했다.
  '왜 학교를 다니기 싫으냐'
  '재미가 없어서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학교들을 모조리 폭파시켜 버릴 자신이 있냐'
  '없는데요'
  '그러면 니가 커서 재미있는 학교를 만들어라'
  고등학생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격외옹이 덧붙였다.
  '그때까지 살아서 니가 만든 학교를 한번 다녀보고 싶다' -p.73
   사실 책 중간 중간 격외옹(이외수님)의 재치와 철학을 느낄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옮겨 놓고 보니 이거 하나네요. 고리타분할수 있는 잔소리도 재치있게 듣기좋게 하는 이외수선생님! 위에서 잠깐 나왔던 변화의 주체와 일맥상통하죠. 저 스스로도 갖는 신념이기도 합니다.
'이 사회를 욕하기전에 나를 돌아보고 내가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자!'
  뭐 지금은 슬럼프에 허덕이는 찌질이지만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더라도 자식은 낳지 않겠다는 속내를 아무 거리낌없이 털어놓는다. 양육비와 교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나약한 고백인가. 아니, 얼마나 정직한 고백인가.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자신이 부모들에게 얼마나 큰 짐으로 존재했던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은 모르고 있다. 그들의 부모세대는 자식을 돈으로 기른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길렀다는 사실을.-p.78
   저희 어머님은 한번도 생색내는 법이 없는데, 늘 하시는 말씀이 니가 타고난 복이다. '니가 ○○하니 ○○하더라'는 식이시죠. 제게 뭔가 필요할때 그걸 이뤄주기 위해 스스로가 감내하신 희생이나 노력은, 자식에 대한 사랑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저놈이 스스로 가져온 복'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저라면 그렇게 못할텐데...
 
  그대는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그토록 힘겨운 모습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p.133
   그런가요?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즉, 사랑이 존재의 이유라면 한편으로 좀 행복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저 허무하지는 않은거 같아요. 사랑만큼 귀한건 없으니까요.

  현자들은 말한다.
  그대가 바로 하늘의 주인이라고.
  속인들은 말한다.
  변두리 지하 단칸방 주인 노릇도 한 번 못 해본 주제에
  하늘의 주인은 무슨 얼어줄을 놈의 하늘의 주인이냐고.
  현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변두리 지하 단칸방은 돈이 있어야 주인이 될 수 있고
  머리 위의 광대무변한 하늘은 마음이 있어야 주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속인들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마음 쓰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p199
  속인이 찔려서 옮겼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읽고 정리하니 벌써 해피하네요~ 아래는 이책을 선물해주신 수정님이에요^^&

  올 10월에 결혼하신다고 하는데, 요즘 한창 바쁘실듯. 수정님 결혼 축하해요. 결혼해서도 항상 행복하세요! 그리고 이책 예비 남편분한테도 꼭 선물해보세요. 수정님의 결혼 생활이 더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