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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사회적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생태계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

박성준 소셜플랫폼 대표, 사회적기업가학교 사무국장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에 삼성그룹이 대규모 바이오사업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삼성의 미래 전략산업의 하나인 바이오사업 진출을 위해 총 2조1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2조 1천억, 어마어마한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막대한 투자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약 300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경제정책은 성장, 즉 GDP 증가에 촛점이 맞추어진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국가적으로 강력한 성장정책을 취하는 근본 이유는 궁극적으로 고용확대를 위한 것이다. 생산은 소비를 전제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다시 소비의 원천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고도의 기술 발전시대의 경제 성장은 일명 '고용없는성장'으로서 이러한 순환고리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아무리 고도 성장을 하더라도 소비되지 않은 생산이 되고 이러한 과잉생산이 누적되면 공황으로 귀결될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삼성의 바이오산업투자가 아무리 큰들 300명 정도의 고용창출이라면 GDP 성장율에 기여하고 한두개 회사는 이익을 내고 성장할지 몰라도 국가경제적으로는 그만큼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경제위기 같은 나쁜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의 의의

만약 2조원이 사회적 기업과 같이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된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회적기업중 4분지 1만 성공하고(4분의 3도 허공에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순환된다) 성장은 못하더라도 유지된다고만 가정해 보자. 투자한 자본이 100%자산화 하고(통상 자본금대비 자산이 더 크다. 상상을 위해 100%로만 간주해 보자) 그에 따른 1년 매출액이 자산대비 1:1이라고 가정하면 그 2조원의 1/4에 해당하는 금액 5천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5천억원중 50%가 급여로 지급된다고 하면 2천5백억원인데 년봉 2천오백만원 짜리 일자리로 따지면 1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300명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단순화한 이야기로써 성공률이나 성장율, 얼마나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들이냐에 따라 그 결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투자가 고용으로 연결되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는 그 원리는 틀리지 않는다.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에 국가적인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똑같은 3%의 GDP성장이라 하더라도 고용이 늘어나느냐 늘어나지 않느냐는 것은 어떤 기업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성공하는 사회적기업의 필요성

이렇듯 고용 창출을 통한 국가경제 및 사회발전에 선순환의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가 그닥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업 위주의 국가경제정책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주제는 본 글의 주제와는 다르니 논외로 하자.) 한마디로 아직은 사회적기업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기업법이 통과되고  적지않은 인증 사회적기업이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공 기업이 별로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공하는 사회적기업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 사회적기업이 만들어 질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한국과 미국의 IT 벤처기업

일반 벤처기업으로써 한국에서 성공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2000년을 전후 IT 기업이라고 하면 그럴듯한 사업계획서 한장 가지고도 엄청난 돈을 투자 받을 수 있었다. 소위 벤처거품 시절을 거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았을 때 크게 성공한 기업이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 상장된 기업중에 매출 1조원을 넘긴 IT 또는 인터넷기업은 네이버(NHN)이 유일하다.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적표는 초라하다.


그렇다면 벤처의 천국이라고 하는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은 실리콘 밸리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업을 일구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경제를 그 이전 PC혁명 시대를 이어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HP같은 회사를 이어 구글, 아마존, 이베이에 이어 스마트혁명시대를 이끌고 있는 애플,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이 계속 생겨나고 발전하고 있다.

기업 생태계가 잘 만들어져야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벤처산업의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던가를 이해하려면 그 내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성공한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그 창업자나 혁신가를 주로 주목한다. 그들의 창의적 비전과 노력이 칭송되고 그들이 만든 회사의 온갖 화려한 이야기들이 주로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성장은 그들만의 노력으로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의 성공의 이면에는 이들의 성공을 가능케하는 탄탄하고 잘 마련된 벤처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리콘 밸리 뿐 아니라 미국의 전역에서는 보통 지역단위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지원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자본을 투자해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도와주는 무수히 많은 엔젤 투자자들이 있고 자리를 조금 잡은 기업을 위해 좀더 큰 자본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 있다. 이러한 투자자 뿐 아니라 우수한 기술과 인력을 끊임없이 공급하는 대학, 창업가들에 대한 경영이나 벌률 자문, 컨설팅, 마케팅 지원 등 회사의 성장 단계 단계마다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 기업들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협업체제로 벤처기업을 육성한다. 이러한 벤처 생태계가 지역적으로 가장 발달한 곳이 실리콘 밸리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성공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 개봉된 소셜네트워크라는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비록 영화적 픽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맨손의 유태인 젊은 창업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성공하게 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 생태계 발전이 필수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역시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가 발달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이라는 기관까지 만든 정부의 육성의지는 작지 않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생태계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정부의 역할은 아주 일부분에 그친다. 정부는 주로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고 시민사회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 육성, 발전을 위한 기업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올해 정부가 주도하여 최초의 사회적기업펀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약 40억 정도에 그치는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더우기 사회적기업펀드를 운용할 전문 운용사도 거의 전무한 상태여서 이 펀드가 투자한 뒤 해당 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더욱 문제는 처음 창업한 기업의 사업기획이나 전략은 물론 조직관리, 마케팅, 또는 판로 개척 등 사업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 기업이나 네트웍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년간 인건비 지원하다가 말고 지자체 등을 통해 사무실 정도 제공해 주는 주변적인 노력가지고서 사업에 성공할 수는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적기업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최근 LG그룹에서 80억원을 출연해서 함께일하는재단을 위탁기관으로 녹생환경분야의 사회적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공모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삼성그룹은 성균관대학교와 경기도와 협력하여 SGS사회적기업가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업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SK그룹의 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사업단은 2년째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기업들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은 일단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의 노력들이 실질적인 사회적기업 생태계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수십년된 대기업의 특성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나 신뢰가 높지 못하고 통상 작은 기업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을뿐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매 또는 생산이나 판매의 협력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우도 없다. 더우기 기업 홍보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회적기업활동이라는 한계에 부닥치게 되면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 2월에 정식 출범한 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 생태계 마련을 위한 혁신이 필요


지금까지 정부를 비롯한 사회적기업 관련 지원 기관들의 역할은 기초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경진대회 개최, 홍보차원의 세미나나 컨퍼런스 개최 등의 활동이 대부분이다. 체계적인 지원 육성이라고 할 만한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생태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사회적기업이 육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생태계를 만들어야만 하고 지금은 그러한 틀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혁신없이 기존의 관행을 반복한다면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기업 거품론과 같은 우려가 우려에 그치지 않을 지도 모르다. 머지않아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조차 없어지고 회의론에 시달리다가 유야무야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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