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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영리 기업과 사회적 기업, 그 뜻을 제대로 살펴 보자

박성준 소셜플랫폼 대표, 사회적기업가학교 사무국장

'시장'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의 형태로 운영한다는 보통의 의미로써 '사회적 기업'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벌써 오래된 듯하다. 시민 사회단체 또는 복지단체 등, 뿔뿌리 형태로 발전한 것도 있겠지만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나섬으로써 보다 활성화 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 차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보다 성과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런 성공한 사회적 기업을 사람들이 고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성과높은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논란을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사회적 기업'은 무엇을 하는 기업이고 일반 '영리기업'과는 무엇이 다른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런 혼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이전에 '기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소위 '영리기업'의 대안 개념으로 사회적 기업이 출발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흔히 이런 관점에서 사회적 기업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경영학 교과서에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고 기업은 따라서 본질적으로 '영리기업'이다라고 되어 있고 이 정의는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현실 기업의 모든 기업관계자는 물론 일반 대중들 속에서도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정의가 과연 올바른가? 또는 적어도 기업의 사명과 목적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의한가?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사에서 주최하는 '2010 아시아 미래포럼'이 그것인데 이 포럼의 첫번째 주제가 바로 '기업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이다. 본 주제의 기조 발제자는 스탠포드대학 교수인 '아오키 마사히코' 인데 그는 위와 같은 전통적인 기업에 대한 이해가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매우 제한적인 개념일 뿐이며 새로운 기업의 정의, 특히 동아시아 기업의 특성을 살린 기업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0 아시아미래포럼 홈페이지>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이윤추구 영리기업'이란 말의 함의는 1980년대 이후 영미를 중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극단적으로 시장자유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철학과 그의 경제적 표현인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조건에서 기업은 '영리추구'개념을 확대한 소위'주주자본주의'로 구체화 되었다. 이는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상표를 가지고 IMF 이후 한국에 대대적으로 상륙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애초 일본식 기업경영에 익숙해있던 대학이나 경영자들은 일본경제가 침체되는 것을 보고 영미식 방법론이 최고의 절대진리 처럼 받아안고 미국식 경영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경영자들은 이익만 많이 내면 좋은 기업이고, 사람은 자산이 아니라 비용이고, 주주에게 가치있는 것이 곧 기업에 가치있는 것'이라는 신념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절대선이 되었고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이익만 돌아간다면 대형마트에서 파는 피자로 인해 지역의 소규모 상인이 망해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사회적 문제로 전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업에게는 자연스레 면죄부가 주어지게 되었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똑같은 노동을 해도 반값임금을 줄 수 있는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시되었고 상시적인 해고나 구조조정 또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도덕적 책임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게 되었다. 정해진 법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 환경에 대한 어떠한 해로운 일도 일단 문제시되지 않게 되었다. 결국 기업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만을 위한 '사적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다. 해고와 그에 따른 빈곤의 문제인 일자리문제, 그리고 환경의 문제 등 우리가 최근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라고 일컫는 대부분의 '사회적 문제'는 이러한 주주자본주의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사회적 기업'은 이러한 '이윤추구 영리기업'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부분, 아이러니컬하게도 영리기업들이 양산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기업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기업'의 정의는 무엇인가? 경제의 3대 주체라고 하는 가계, 기업, 국가 중에서도 현 경제 체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사회 경제 전체 개념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밖에 없다. 기업은 한 사회 경제 내에서 '생산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경제 주체'이며 동시에 그 생산된 새로운 가치를 참여한 주체, 즉, '투자자와 노동자, 그리고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경제 조직'이다. 이중 노동자와 소비자는 바로 '가계'라는 동일한 주체의 두가지 표현이다. 기업은 투자한 자본가,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를 전제로 그 구성주체 모두에게 책임을 다하는 존재가 된다. 이로써 기업은 일부의 '사적 이윤 추구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내의 책임있는 경제주체가 된다.

 최근 사회적 기업 못지 않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논의도 매우 활발하다. 기업의 올바른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요구도 원론적으로 보면 제 역할을 다하자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 즉 통제되지 않는 사적 이윤 추구의 도구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응당의 책임을 다하자는 노력인 것이다.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추구 기업의 폐혜를 비롯하여 여러 사회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상대적 개념으로써 바라보아야 한다.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윤이 존재하는 그곳'이 시장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그곳'이 그들의 시장이 된다. 그의 해결을 위해 자본과 사람을 조직하고 관리하여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그 사명이 된다. 따라서 최근 정부주도의 '사회적 일자리'해결을 위한 기업은 다양한 사회적 기업 중의 한가지 일 뿐이다. 또한 그 의미에서 본다면 사회적 기업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주식회사의 형태일 수도 있지만 다른 법적 형태, 즉 사단법인, 재단법인, 생활협동조합, 생산자조합 등 기타 어떤 새로운 형태의 조직도 그 범주에 포괄된다.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이냐는 단지 어떤 형태가 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적합하냐는 판단과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주식회사는 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자본을 모으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 큰 자본이 필요할 때 그리고 그 자본을 효과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주식회사 형태는 의미가 있다. 결국 사회적 기업은 올바른 기업활동을 하기 위한 보통의 기업인 것이다.

박성준 소셜플랫폼 대표, 사회적기업가학교(성공회대, 한겨레경제연구소 주관) 사무국장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