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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천영희-물에게 길을 묻다(수초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물 속에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물 속에서 물만 먹고 살았지요

물 먹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물보라는 길게 물을 뿜어올리고

물결은 출렁대며 소용돌이쳤지요

누가 돌을 던지기라도 하면

파문은 나에게까지 번졌지요

물소리 바뀌고 물살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웅덩이 속 송사리떼를 생각했지요

연어떼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물가의 잡초들을 힐끗 보았지요

눈비에 젖고 바람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도 물 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물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물 먹고 산다는 것은 물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물 먹고 살수록 삶은 더 파도쳤지요 

오늘도 나는 물 속에서 자맥질하지요

물같이 흐르고 싶어, 흘러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