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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천양희-물에게 길을 묻다3(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살기위해 일만 하고 살았지요

일만 하고 사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요

일터는 오래 바람 잘 날 없고

인파는 술렁이며 소용돌이쳤지요

누가 목소리를 높이기라도 하면

소리는 나에게까지 울렸지요

일자리 바뀌고 삶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지하 속 노숙자들을 생각했지요

실직자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길가의 취객들을 힐끗 보았지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추위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도 똑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걸 겨우 알았지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사람으로 살수록 삶은 더 붐볐지요

오늘도 나는 사람 속에서 아우성치지요

사람같이 살고 싶어, 살아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