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변화구를 던져 줘, 라는 말보다
내게 커브를, 이란 말이
훨씬 매력적이란 걸
곧장 당신에게 달려왔어요, 라고
바로 들이대는 것보다는
어딜 좀 들러 오느라……, 하는
머뭇거리는 얼굴이
내 맘 더 깊이 파고든다는 걸
커브, 하고 말할 때면
어딘가 살짝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꾸 빙빙 도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지쳐
잠시 쪼그리고 앉아 쉬는
네 흔들리는 숨결들
커, 커브라고,
내게 커브를 던져 줘, 라고 말할 때
네 혀 끝에 걸려 있던 바람이
어느 순간 나를 향해 밀려오듯
그렇게 내게로 와 줘,
어디로 꺾일지 모르는
마음의 둥근 궤적을 따라
커브로, 커브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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