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Ⅱ/감동시선

류시화-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이야기 Ⅱ > 감동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은-아직 가지 않은 길  (0) 2012.11.04
류시화-누구든 떠나갈 때는  (0) 2012.11.04
유혜정-귀한 인연이길  (0) 2012.10.01
박완호-커브처럼  (0) 2012.09.19
용혜원-가을 커피  (0) 201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