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자리를 차지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지금까지 씌워진 가장 장엄한 소설이고,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세계 문학사의 압권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
대심문 관의 이야기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는 소설에 액자 형식으로 끼워져 있는 짤막한 이야기입니다. 채 50페이지가 되지 않지요. 제가 읽었던 <열린책들>에서 출판된 이대우씨의 번역판으로는 33페이지밖에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이 짧은 이야기는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 문학사의 압권이요, 문학, 종교, 철학, 이데올로기, 법학, 사회, 역사 등등 다방면의 수많은 지성과 비평가들에 의해 끊이지 않고 회자되며, 분석되는 단편 소설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렵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담고 있는 고민은 서양의 모든 역사와 개개인의 삶의 핵심을 꿰뚫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중세 스페인에 재림한 예수는 초림 때 그랬던 것처럼, 많은 병자를 치유하고,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자신의 주위로 모읍니다. 그당시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던 대심문관은 예수를 옥에 가두고, 밤에 찾아와 주장합니다.
예수는 광야에서 사탄의 세가지 시험을 물리치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으로서 인간에 대한 지극한 존중과 사랑을 보였고, 그 댓가로 인간에게 자유를 선물해 주었다. 기적과 신비와 교권에 복종하는 것이 아닌, 사랑 그 자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그러나 대다수 인간에게 그 자유란 너무도 지기 어려운 짐일 뿐이며, 자신은 예수와 손을 잡은 것이 아닌, 예수를 시험했던 악마와 손을 잡고, 인간에게 기적과 신비와 교권에 순종케 함으로서 자유로부터 짐을 풀어주었다.
예수는 자유를 통해 소수의 지극하고도 순수한 사랑을 얻을 수 있었지만, 자유의 시험을 통과하기 어려운 대다수의 사람을 버리는 꼴이 되었다. 그 대다수의 사람을 사랑하기에, 자신은 악마와 손을 잡았다고 말입니다.
과연 이런 대심문관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크리스천이라면 악마와 손을 잡았고 하나님의 뜻을 저버렸으니 나쁜 사람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다수의 민중을 위한 그 마음을 어찌 단 한마디로 정죄할 수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이 짤막한 이야기는 신이라면 당연히 그럴 법한 지고하고 거룩하고 절대적인 사랑과 정의와 의로움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다수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와 비참한 현실과 삶, 그리고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 한 점에서 문학, 예술, 종교, 정치, 이념, 철학, 역사 등등이 태어난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마지막 예수의 입맞춤은 그 모든 것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이세상 그 무엇보다 강력한 한방인 것 같습니다.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고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은 이후 언제나 그래왔듯 저의 머릿 속은 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입맞춤은 이성적 정리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도스또예프스끼 대심문관 - 이종진 옮김/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
'이야기 Ⅱ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또예프스끼 (0) | 2011.07.20 |
---|---|
[악령], 도스또예프스끼 (0) | 2011.07.20 |
[가족], 존 브래드쇼 (0) | 2011.07.20 |
[미나비리스]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자유국가에서: V.S 네이폴] (0) | 2011.07.19 |
[강짱] 불량사회와 그 적들(2011, 알렙) - 좋은 시민들이 들려주는 우리 사회 이야기 (0) | 2011.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