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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양손잡이] 밤은 아름답지 않아 - 차가운 밤 (바진)

차가운 밤 - 10점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시공사


  중국의 대문호라 불리는 바진의 최후의 장편, 「차가운 밤」을 모두 읽었다. 중국의 문학이라곤 올 2월에 읽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가 다였다. 이 책에서 중국 특유의 필치와 이야기 속 분위기, 문화를 느꼈었다. 하지만 이번 책 「차가운 밤」은 「허삼관 매혈기」와 영 달랐다. 후자는 유쾌하면서도 가슴이 매이는 이야기인 반면 전자는 그냥 슬픈 이야기이다. 희망 따위는, 없었다.

  이야기는 한참 일본이 아시아의 왕을 꿈꾸는 때이다. 일본이 중국의 땅을 넘보고 중국은 완전한 침체기였다. 그런 와중에 문인들은 힘 하나 쓰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다. 책의 주인공인 왕원쉬안, 청수성은 이런 지식인들이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큰 미래를 그렸지만 결국 하는 일이라곤 교정 손보기와 은행 일이 다이다. 남편 왕원쉬안은 자기 자신대로 가정을 힘써 지켜내려 하고, 아직 힘이 넘치는 아내인 수성은 또 자기 자신대로 가정과 자신의 행복 사이에서 고민한다.


  "난 어둠이 무섭고, 냉정이 두렵고, 적막이 싫어요." (106쪽)

  "어디로 가지?" 하고 자문했으나 회답은 없었다. 그는 목적도 없이 걸었다. (115쪽)


  - 열심히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더만 남편은 아파서 빌빌대지, 시어머니는 자신을 달달 볶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건 전쟁에 시달리던 당시의 중국 뿐 아니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그는 침대에 누워 계속 기침을 했다. 점차 기침 소리에 익숙해졌다. 그는 늘 손으로 가슴을 문질렀다. 속에 무슨 병이 있는지 매우 아팠고, 숨 쉬기도 불편했다. 손으로 문지르면 조금 편해졌다. 때때로 목에 가래가 끓어 간지러웠으나, 뱉어내려 하면 나오지 않았다. 너무 힘을 쓰면 가슴이 아팠고, 이 고통은 참을 수가 없어서 신음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193쪽)


  - 그가 끝까지 목 밖으로 뱉으려고 했던 건 무얼까. 단순히 피 섞인 가래가 아니라 자신 안의 모든 슬픔과 설움이 아닐까. 아니, 자신뿐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온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교정을 본 교정지는 한참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것이다. 교정지는 그들의 재편집을 거쳐 많은 대중들에게 읽힌다. 그리고 그 교정지에 뭍었던, 그의 작고 발간 핏자국은 정치인들의 재편집에 의해 사라졌을 것이다. 


  "수성, 정말 이처럼 떠나갈 생각이오?" 그는 '아니에요. 전 영원히 당신을 떠나지 않아요'라는 대답을 듣고 싶어 다시 물어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그저 창밖에서 "설탕과자"라고 외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233쪽)


  - 이 책의 뛰어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단순할 필치이다. 참 가슴아프고 슬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참 덤덤하고 건조한 문장으로 이를 써내려간다. 과도한 감정표현보단 때론 이렇게 무심한 색의 문장도 참 마음에 든다. 원쉬안에게 관심을 주는 건 창밖에서 울리는 소리 뿐인, 참 아픈 밤이다.

(2011년 8월 2일 ~ 8월 7일, 336쪽)

리뷰어 양손잡이(이정헌) junghun07@hanmail.net 블로그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