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우리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영혼의 산 1: 가오 싱젠]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영혼의산
카테고리 소설 > 중국소설 > 중국소설문학선
지은이 가오싱젠 (북폴리오, 2005년)
상세보기

나는 늑대가 아니다, 단지 자연 속으로 도피하기 위해 늑대가 되기를 원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인간이라는 내 겉껍질을 벗어 던지지 못한다. 나는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인간의 피부를 가진 일종의 괴물이다.- p. 293

 시중에서는 절판된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상하게 인터파크에선 올려져 있다. 그러면 아직 절판된 책은 아니란 소린지? 다시 재판매될 수도 있어서 남겨놓은 것인지? 조금 어안이 벙벙하다. 아무튼 본인은 이것을 도서관에서 찾아서 보았다.

 내용은 매우 뒤죽박죽이다. 일단 주인공은 단 한 명인 듯한데 '당신'과 '나'로 나뉘어져서 설명된다. 아마 주인공은 과거에 여행을 했던 기억 속의 자신을 '나'라고 설정해놓고, 현재 '그녀'와 같이 영혼의 산을 찾아가는 자신을 '당신'으로 설정해놓지 않았나 싶다. 배경은 중국이다. 문화혁명 이후 참혹하게 부서졌지만, 아직 살아서 꼼틀거리는 소수민족의 삶이 표현되어있다. 그 길이 결코 쉽지는 않다. 주인공은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서 가고, 현지인마저 길을 잃어버리는 산을 부득불 고집을 부려서 올라가고, 몇 달 동안 빨지 않은 바지를 수십번씩 흙탕물로 적셔대는 그 여정에 대해 적나라하게 설명하면서 불평을 늘어놓는다.하지만 '당신'과 '나'는 마을의 풍경에 대해서 세세하게 표현해내며, 독자들의 눈 앞에 장엄한 풍경을 쓱싹 그려내보인다. 이 정도면 여행에 대한 지은이의 애증이 쉽게 파악될만 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어느 농촌에서나 외지인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가장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그는 '문명인'이기에 자신의 본성을 쉽사리 드러낼 수가 없다. 같이 여행을 하는 '그녀'와 섹스를 하지만, 사랑에 빠진 상태도 아니다. '당신'과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둘은 가면을 쉽사리 벗지 않는다. 셀수없이 많은 '이야기'들로 섞여진 당신의 진실과 거짓. 상대방의 진실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기가 듣기 싫은 이야기는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그녀. 232쪽에 있는 '소용돌이'이다. 이 커플의 현재 상황에 딱 어울리는 한자이다. 사실 육체적 관계 말고는 이어질 만한 게 아무 것도 없는 이 둘이 그닥 좋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남자는 여자의 집착과 속박에 이미 질려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그러나 쉴새없이 쏟아지는 이야기 때문인지, 주인공이 영혼의 산에 도착하길 내심 바라고 있기 때문인지, 이 책에 쉽사리 눈을 뗄 수는 없었다. 2권을 본 다음에 후기를 더 쓰겠다.

가오싱젠은 올해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려 방한하신 적도 있다고 한다. 사인이라도 받을걸...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