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잠들다 - 미야베 미유키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
이 책은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누구든 원하는 능력이다.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 주인공은 여자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데에 맞춰 행동한다. 그리고 여자들의 사랑을 담뿍 받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이 세상에선 그러지 못하다.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여자는 그게 무서워 남자를 떠난다. 그러니까, 허울 좋은 능력이란 얘기다.
초능력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마블코믹스의 우당탕탕 쿠쾅 식의 스토리는 아니고, 인류의 존망을 걸고 싸우는 스토리는 더욱 아니다. 강풀의 만화 '타이밍'을 떠올리면 되겠다. 능력을 가진 두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한다. 자신만이 다른 이 사회와 타협해야 할까, 투쟁해야 할까. 고민은 거듭되고 갈등은 커져만 간다.
물론 저와 만나 함께 일하게 되기 전부터 그녀는 그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소녀 시절부터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무서운 것들을 수없이 봐왔다고 했습니다. 슈퍼마켓 카운터에 줄을 서 있는데, 바로 뒤에 있는 주부가 들키지 않고 시어머니를 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를 열심히 궁리하고 있다거나, 밤길에 스쳐지나간 자가용 운전석에 있던 젊은 남자가 만만한 여성을 물색하고 있다거나- (386쪽)
만약 내가 이 책의 아이들과 같이 타인의 마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과연 어떨까? 당장 알랑방귀를 뀌어야 할 사람에게 입발린 아첨을, 잘 보이고 싶은 이성에게 맘에 드는 립서비스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칭찬을 할 수 있을테다. 하지만 무작정 좋을 수만은 없는 걸 안다. 미드 '히어로즈'에 출연하는 맷과 사일러가 생각난다. 사람마다 욕구가 다르고 그에 따라 행동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은 자신이 편해지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 안에 용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죠.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고 있거나, 병들어 있거나 하죠. (388쪽)
남 앞에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욕을 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가장 파악이 안 되며, 길들여지지 않는, 어둠 속의 용 한 마리. 네 자신부터 겁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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