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Calmly, but Affectively' [A tale of two cities: Charles Dickens]


ATALEOFTWOCITIES
카테고리 외국어 > 영어문고 > oxford문고
지은이 찰스 디킨스 (OXFORD, 2009년)
상세보기

"Al-ways rusty! His fingers is al-ways rusty!" muttered young Jerry. "Where does my father get all that iron rust from? He don't get no iron rust here!"- p. 66

 처음이다. 사전지식 아예 없이 영어로만 책을 읽은 것은. 한국어로 책을 읽지도 못했고, 결말이 어떤지 확인도 안하고 그냥 무작정 책을 잡고 달달달 읽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대로 된 번역본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학교 도서관? 뭔가 그닥 신뢰감이 안 가는 청소년 번역본 혹은 현대책을 읽는 본인이 매우 읽기 힘들어 보이는 세로줄 아주 낡은 번역본이 있었다. 다른 번역본을 찾으면 되지 않느냐고? 품절, 품절, 품절. 그 와중에서도 번역본 세 개를 구해보신 어떤 대단하신 분의 말씀에 의하면 금성출판사가 가장 알아먹기 쉽게 번역했다고 한다. 본인은 번역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어문각을 추천한다. 젠장. 말이 많아질 것 같다. 이 이후부터는 그냥 잔소리로 이해하고 뒤쪽으로 가는 화살표를 누르거나 드래그해서 창을 아예 내려버려도 된다.

 일단 원본에서 'If it was ever intended that I should go across salt water, do you suppose Providence would have cast my lot in an island?'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일단 금성출판사에서는 '하지만, 내가 바다를 건너가기로 이전세계부터 예정되어 있었다면, 하느님께선 왜 당초에 나를 이 섬나라에 태어나게 했을까?'라고 번역했다. 어문각에서는 '내가 짠 바닷물을 건너가도록 마련이 되어 있다면, 하느님께선 그 일을 위해 나를 이 섬나라에서 태어나도록 하셨단 것을 모르시는구먼?'으로 번역했다. 금성출판사가 더 번역이 잘 되어보이는가? 그런데 워즈워드라면 모를까 찰스 디킨스가 '이전세계'를 믿었겠는가? 그보다 저 원문 어디에 '이전세계'라는 단어가 있는가? 다른 소설이라면 모르겠으나 어떻게 저 어색하기 그지없는 단어를 집어넣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똥베짱 자신감인지? 더 이상 무슨 말을 쓸지 모르니 자제하겠다. 고전을 제대로 읽으려면 원문으로 읽어야 한다니까. 아무튼 본인은 어문각 책을 추천한다는 이야기이다. 본인은 중고책방을 싹 뒤지고 다니다가 포기하고 같은 번역가가 쓴 다른 출판사의 책을 선택했다. 후기도 조만간 제대로 올릴 계획이다. 번역가가 또 다른 창작자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문장을 왜곡하지는 말아달란 말이다ㅠㅠ

 서론이 길어졌다. 내가 제대로 이해를 했다면, 후반부부터 글이 매우 재미있었다. 적당히 속도감 있는 전개, 캐릭터의 분명한 부각, 인물들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사들. 정통 보수주의자 에드먼드 버크가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프랑스혁명에 대한 색다른 주장을 펼쳤다지? 본인은 그 책을 보지 못했지만, 이 소설을 보면서 그 색다른 의견이 대충 어떤 식으로 쓰여졌을지 알 수 있었다. 뭐 소설을 끝까지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프랑스혁명을 일으킨 시민들이 처음부터 피에 맛을 들인 흡혈귀같은 존재라는 소리는 아니다. 결국 두 도시에 회오리를 불어일으키는 작자는 상층부에서 은밀하게 숨어서 존재한다. 소설에서 풍겨지는 악의에도 저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 찰스 디킨스는 특정한 단어를 반복하여 강조하고, 혹은 음을 길다랗게 늘려가며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무덤덤하게 그 당시의 정경을 표현하고 있다. 처음엔 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지어 주인공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차분히 등장한 인물들을 기억하면서 이야기를 읽어나가면 어떤 이야기인지 파악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롤'이 더 재미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찰스 디킨스가 소설을 쓰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느 명망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고서 사람들이 타인에게 악의를 품는 이유가 매우 궁금해져서 사회학자의 길을 밟았다고 한다. 이처럼 독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이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P.S 역시 영어소설은 모르는 단어 대충 추론하고 건너뛰면서, 소리내어 달달 읽어야 한다. 대충 단어가 어떻게 소리나는지만 파악하면 소설의 상황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는지 부정적으로 진행되는지 감으로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찰스 디킨스는 12살에 경제관념이 부족한 아버지가 파산하는 바람에 집까지 잃어 학교를 더이상 다닐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한다. 저작들 곳곳엔 그가 밟아온 처절한 삶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