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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니비리스] 'BL만화계의 고전은 뭔가 다르다 2탄' [브론즈: 미나미 오자키]



브론즈14
카테고리 만화 > 드라마
지은이 MINAMI OZAKI (학산문화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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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추한 독점욕과 자기 연민이 너의 고통과 슬픔보다 중요해. 널 잡아두기 위해 내 팔을 잘라 네게 시위도 하고.. 아무리 상냥한 척해도, 네 기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척해도, 결국은 변한 게 없어. 난 이런 인간이야!!"
(...)
"너처럼 멍청하고 저질인 녀석은 나밖에 못 다뤄. 뭘 모르는 건 바로 너야. 그러니까 그만 포기하고 나만 바라봐. 난 축구와 너 둘 다 갖고 싶단 말이야!!"
 절애를 다 읽고 그 다음날 친구랑 같이 북카페를 다시 들러서 브론즈를 독파했다. 고로 절애에 이어서 소감을 마저 쓰겠다.

 2탄 격인 브론즈에서 그들의 훗날이야기가 이어진다. 뭐 타쿠토(수)가 순수해보이지만 어찌보면 굉장히 이기적일 수도 있다. 또한 코지(공)가 굉장히 악독해보이지만 어찌보면 김바보에 버금가는 단순무식한 순정파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보였다. 완전히 다른 이 둘의 성격은 나중에 운명까지도 결정지어버린다. 타쿠토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일본 내 여럿 축구팀들이 탐내는 유망주 선수로 발돋움하는 한 편, 코지는 가끔씩 노래를 부르며 돈을 버는 밴드보컬 겸 타쿠토를 내조하는 가정주부(...)로 발돋움한다. 어느 쪽이 성공했다고도 어느 쪽이 추락했다고도 말할 수가 없다. 그 둘은 각자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코지의 구제불능격인 욕구불만을 제외하고는.) 좋은 일을 겪든 나쁜 일을 겪든, 세월은 그저 끊임없이 흘러가고 인물들은 그럭저럭 환경에 적응하면서 앞으로 전진한다. 결국 살아있다면, 어떤 형태로 변하든 사랑은 존재한다. 그 사랑이 끊어질지, 아니면 다른 흐름에 연결되어 떠내려가버릴진 아무도 모른 채... 뭐 아무튼 츠쿠시처럼 악착같이 버티는 타쿠토의 성격이 너무 좋았다. 쿨하다. 멋있다. 코지보다 더 쌈박하고 더 남자답고 더 내 이상형에 가까운...(응?) 아무튼 매우 좋은 캐릭터였다. 그러나, 별이 단 세개밖에 안되는 이유는 어처구니 없는 마지막 결말 때문에...; 막판에 그런 엄청난 불사신 괴물을 방해꾼으로 설정해 놓으면 어쩌란 이야기냐!! 아무래도 작가도 자신의 상상력이 막장으로 치달아가는 게 무서워서 미리 끊어놓은 듯하지만, 열린 결말도 한계가 있는 거다!!! 뭐, 스포일러는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생략하지만, 확실한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닥 권해주고 싶지 않은 만화책이다. 만화는 어디까지나 만화이니까, 오만가지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가볍게 가야지.

이후에도 이 만화는 TV애니메이션, 드라마CD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되어 나왔다. 현재 대부분의 유명한 일본 BL만화들은 이 절차를 당연스레 밟고 있다. 그만큼 선정성으로 보나 잔혹성으로 보나, 이 만화가 일본에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