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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업가들에게 이야기하러 나왔으니 사업가 식으로 이야기하겠노라고 했다. 비유를 들어 말한다면 그는 그들의 영적인 회계사이기 때문에 청중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각자의 장부, 즉 영적 생활의 기록부를 활짝 펴놓고 양심과 정확하게 부합하는지 따져보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p. 306
아이고... 예수님이 너 같은 꼴통들 때문에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라고 하시며 친히 성전 앞의 가게들을 뒤엎으신 것이다 -_-;;; 저게 진정한 성직 매매죄 아녀?
아무튼 '더블린 사람들'은 독자의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는 글이다. '율리시즈'보다는 분량으로 보나 문장으로 보나 훨씬 너그러운 글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일랜드 사람이거나 아일랜드의 사정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더더군다나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 아니라면 이 글을 읽기 힘들 것이다. 비록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채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아무리 적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뒤에 해설에 설명을 실은 것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 번역본에선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The dead'에 나오는 'country cute'라는 단어는 물론 '시골 촌뜨기 소녀'를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부잣집 남자를 홀려먹으려는 가난한 집의 영악한 소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가브리엘의 어머니는 가문과 어울리지 않는 아일랜드 시골 소녀와의 사랑을 반대한 것은 물론, 아들이 '꽃뱀'에게 물리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까지 고려하여 표출한 것이다. 물론 본문에서 이렇게 길고 자세하게 쓰기는 번거롭겠지만, 그래도 밑에 있는 해설에서 설명을 좀 더 길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But I also dreamt, which pleased me most,
That you loved me still the same.'
이라는 구절을
'그보다 날 더 기쁘게 하는 꿈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대의 늘 변함없는 사랑이어라.'
라고 번역한 구절이 있는데, 왠지 딱딱해진 느낌이다. 영어로 읽으면 '사랑을 갈구하는' 주인공 여자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는데, 출판사 번역본을 읽으면 왠지 그 감정이 짠하게 식는다-_-;;; 이래서 문학을 제대로 보려면 원본을 읽어야 하나보다.
아무튼 몇몇 '영어가 더 이해하기 쉬웠던' 한자단어들만 아니라면 꽤 읽기 쉽다. 본인은 제대로 보지 않고 덮어버렸지만 해설과 작가의 생애에 대한 설명도 꽤 적절하게 담겨있는 듯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나 '더블린 사람들'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반드시 원문과 같이 읽어라.
그래도 복원된 구절들이 새로 실려 있던게 읽을만은 하더라.
미친듯이 두꺼운 율리시스의 겉표지에 실린 제임스 조이스의 간지나는 옆모습. 나중에 공부를 더 하면 그에 대해서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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