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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하고 잔잔해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분노와 자조를 품고 있는 책이다. 그 안에 내제되어 있는 감정의 에너지는 정말로 엄청나서, 사람을 오히려 감동시키게 만든다. 아마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그의 더블린에 대한 애증?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소설 안에서 신나게 더블린과 아일랜드를 비판하고 있으나, 절대 그 안을 떠나지 않는다. 더블린 거리를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나열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그 위를 마르고 닳도록 활보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 괜히 <율리시스> 속의 인물들을 '코스프레'하는 축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더블린에서 생길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분노를 지우고 사랑이 넘치는 동네로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뭐 지금은 고인이 되셨으니 그저 추측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처음에 이 소설로 수업을 들을 때 무심코 듣고 넘겼던 것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수업에서보다 상황을 상세히 그려낼 수 있었다. 물론 소설에서 진행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역사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은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여전히 제임스 조이스같은 필체가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활짝 핀 꽃보다는 피었다 만 듯한 꽃봉오리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독자에게 전부 다 해설해버리는 필체보다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한 필체가 좋다. 수업을 들었던 직후에 느꼈던 바가 많았는데, 미처 글로 쓰지 못해서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때라면 지금처럼 부랴부랴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서평을 쓸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의 소설에서 나온 웰링턴 상은 현재 아일랜드에서 없어지고 이제 제임스 조이스의 상이 들어서있다. 신혼여행을 하면 이 장소를 꼭 들러보고 싶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