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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성관계도 알아야 한다' [그림으로 보는 성생활 지침서: 자미에 왁스먼 & 에밀리 모스] (19금)


SEX그림으로보는성생활지침서
카테고리 건강 > 건강일반
지은이 자미에 왁스먼 (시그마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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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성적 판타지 다섯 가지~
1. 여성을 애무하는 새로운 방법
2. 복종
3. 스리섬
4. 애널 섹스
5. 여성의 자위 행위 관찰
~여성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성적 판타지 다섯 가지~
1. 공공장소에서의 섹스
2. 그룹 섹스
3. 강제로 당하기
4. 낯선 사람과의 섹스
5. 동성과의 섹스

 일단 19금이기도 했지만,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반응들이 있었다. 특히 저 성적 판타지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런 게 일반적입니까 후덜덜"이라고 하는 사람과, "저런 글이 강간을 합리화합니다. 자삭해주세요." 라고 하는 사람과(의사라면 뭔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개방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약간 실망했다. 위생이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체위들이 있으니 그 쪽을 지적한다면 이해가 가는데...), "다들 자기 타입이 있는데, 일반적이라고 뭉뚱그리면 안 되죠."라고 말하는 더욱 개방적인 사람들(;;;), "아무리 상대가 좋아도 저런 건 무리다"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반응이 천양지차. 터놓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아이들에겐 직접 책을 보여줬는데,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었다면 더 재미있을 뻔했다"라고 하는 사람부터 "가격이 4만원만 아니었다면 구입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뭐 내 친구들 쪽이라면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쪽이 더 많으니까. 개인적으로 본인은 여성의 성적 판타지에서 3번을 빼고 DP를 추가했으면 완벽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그러고보니 일본의 소녀지를 보면 강간으로 시작하는 특유의 시나리오들이 많다. 성적 판타지가 문학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역시 외국은 성에 대해선 한국과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쿤닐이라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지만, 가벼운 파워게임에 도그플레이와 쓰리썸 그리고 풋워십을 추가시킨다. 우리나라에서는 SM플레이에 속하는 것들이 이 분들에겐 가볍게 놀 수 있는 롤플레잉 같은 것인가보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성기가 대놓고 무삭제로 불쑥불쑥 등장하니, 공공장소에서 보기엔 살짝 힘겨운 책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자세한 텍스트 설명과 어딘가 브라질 분위기가 풍기는 원초적 그림때문에 흥분이 더욱 가중된다. 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에서 열기가 몰려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무엇보다 소프트 SM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책의 여러 부분에 걸쳐 상대방을 배려하라고 충고하는가 하면, 상대방과 신호를 나누라는 설명이 특별하게 한 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방적인 플레이를 지향한다고 해도 적절한 선을 그어놔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혼전관계에 있는 커플이라고 해도 강제로 특정한 체위를 시도하는 것은 강간에 해당하며, 강간은 성관계가 아니라 치명적인 성폭력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성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버릴 수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유교의 폐혜로 인해 커플끼리조차 성관계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정보가 없다면 괜히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아예 성관계를 안하는 건 곤란한 일이다. 건강에 안 좋다고 맛있는 음식을 끊는다면, 우리는 미각의 쾌락을 즐길 기회를 놓친다. 아무리 비싸고 민망하더라도 이런 책들은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쓴 저자가 바로 두 명의 아리따운 여자분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이야기가 참신하고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리뷰어 미나비리스(
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