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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선생님의 시는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 분의 번역실력만큼은 인정한다. '모국어를 제대로 알아야 다른 나라의 언어가 보인다'라는 말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달까. 자칫 음율을 놓칠 수 있는 외국의 시들을 정말 매끄럽고 그럴 듯하게 번역해놓는 것을 볼 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에서 그녀의 기량을 처음 접하고, '한 줄도 아름답다'라는 하이쿠 시 번역집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시의 취향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이 책으로서 류시화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이 시집은 자연에 대한 잠언 시집이다. 외국의 유명한 시인들, 혹은 무명의 사람들이 자연과 관련하여 이야기한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건 딱히 나무만이 아니라는 소리다. 아니, 아니, 어쩌면 나무를 보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한 번 이 시인들의 생애에 대해서 작정하고 뒤져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람 다스라는 인물은 하버드 대학 교수였으나 인도식으로 이름을 바꾸고 유명한 명상 수행자가 되었다고 한다. 도로를 걸어가기만 해도 경찰에 신고하고 총을 들이댄다는 미국 사회를 볼 때 정말 대단히 용기있는 결심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런 사람이 '삶다운 삶을 살아야 죽음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아... 정말 그 간결한 시와 간결한 시인 소개에서 느껴지는 그 장엄한 분위기는 이 책을 집어서 읽어봐야 실감할 수 있다.
요즘 본인의 집에 있는 텔레비전이 폭발했다고 한다. 가게 문을 닫고 집에 와서 할 게 없다보니 결국 책을 집게 되신 우리 어머니. 그 두툼한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책을 읽고나서 류시화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 이 시집을 다 넘겨보고 나서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속초도서관에 정말 아무나 읽어볼 수 없는 희귀한 책들이 많으니 걸어가서라도 꼭 들러보라는 충고와 함께 ㅎ
턱밑에 묵직한 수ㅋ염ㅋ을 보고 나서야 그가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여태껏 여자로 착각해서 죄송합니다ㅠㅠ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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