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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차수정]'한번만 뒤집어 생각하면 인생이 즐거워진다'[카피라이터 정철의 내머리 사용법:정철]


정 철
옷장 속에 넥타이가 하나도 없는 사람.
거실 벽에 유명 화가의 그림 대신 자기가 쓴 글 한 줄을 걸어놓은 사람.
강의 후 생맥주 한 잔 부딪히는 시간이 강의 시간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사람.
시험 보는 딸에게 문제를 하나도 틀리지 않는 것은 출제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기아자동차, 이랜드, 하이트맥주, 프렌치카페, 삼양라면 등의 브랜드부터 식스센스, 뮬란, 아마겟돈 같은 영화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의 광고 카피를 쓴 사람.
한 신문에서 자신이 쓴 <씹어먹는 책, 이빨>을 내인생의 책으로 꼽은 칼럼을 보고 한동안 놓았던 펜을 다시 든 사람.
그리고, 글을 참았던 시간을 보상받아야겠다는 듯 엄청난 열정으로 글을 뿜어내고 있는 사람.
'오늘의 촛불' 시리즈로 아고라를 뜨겁게 달궜던 사람.
아직도 자판 대신 종이 위에 연필을 갖다 대야 글이 나온다는 사람.
그 글을 몰래 혼자 읽으며 스스로 대견해서 히죽히죽 웃는 사람.

책 표지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작가 프로필
책이 좋으면 이 책을 쓴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이 짧은 몇마디로는 다 알 수 없겠지만 '정 철' 이분 이미지가 분명하신 분인가보다.
 문득 든 생각은 만약 다른 이들이 알고있는 나의 이미지가 없다면 .. 인생 정말 외로울 듯..
내 이미지는 뭘까?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자는 이렇게 '한 번에 다 읽지 마십시오' 라고 말하지만 책을 펼친 순간 다 안 읽을 수가 없다.

One.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경 력 의 의 미
 경력을 거꾸로 읽어 보세요.

그냥 얻어지는 경력은 없습니다.

Two. 그래도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고 래 를 사 랑 하 는 법
고래를 사랑하니?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하지만 난 수영을 못 해.
고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절망이야.

바닷물을 다 마셨어야지.
사랑한다면.

Three.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학 교 에 서 가 르 쳐 주 지 않 는 것
놀이터의 아이들은 그냥 노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인생을 배운다.

그네에 홀로 앉아 독립을 배운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며 겸손을 배운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용기를 배운다.
모래로 지은 밥을 나눠먹으며 믿음을 배운다.

놀이터는 어른들에게도 개방되어야 한다.

Four.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시 계 를 꾸 짖 다 가
하루 종일 빙글빙글. 잠도 자지 않고 빙글빙글. 홍수가 나도 빙글빙글. 전쟁이 나도 빙글빙글.
건전지 약 떨어지는 순간만 기다리는 너는 쳇바퀴 도는 다람쥐 보다 더 한심한 놈이다.
단 1초만이라도 창조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는 없겠니? 맨날 그 속도. 맨날 그 방향. 맨날 그 소리.
지루하고 지겹지 않아? 평생을 벽 한쪽 구석에 착 달라붙어 있는 저 완벽한 복지부동.
나는 네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가만, 너는 그렇다 치고. 너처럼 한심하고 지루하고 짜증나는 놈을
하루 종일 힐끗힐끗 훔쳐보며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나, 나는 뭐지...
미안하다. 내가 너였다.

Five. 4인용 식탁에서 다섯 사람이 밥 먹는 법

몸 이 곡 선 인 이 유
잠시 책을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오른손으로 왼손등에서부터 왼팔, 어깨, 가슴, 허리,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뒤꿈치까지 긴 선을 긋듯 만져 내려가 보세요.
천천히 만져 내려가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날카로운 곳이 만져진다면 그곳에서 손을 멈추세요.
당신의 오른손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발뒤꿈치까지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람의 몸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부드러운 곡선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꽉 껴안아도 찔리거나 아프거나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Six. 터널 속에 홀로 선 당신에게

아 무 짝 에 도 쓸 모 없 는 것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한 가지만 찾아보세요.
답을 찾지 못했다면 그것이 정답입니다.
당신이라면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겠습니까?

이제 조금 더 쉬운 문제입니다.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한 사람만 찾아보세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Seven. 우리의 머리가 아픈이유

타 이 레 놀
우리의 머리가 아픈 이유는 입 때문이다.
입의 잘못 때문에, 입의 실수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통약 타이레놀을
머리에 넣지 않고 입에 털어 넣는다.


이 책의 독특한 점
7가지의 주제 단락이 끝나면 책을 왼쪽으로 한장한장 넘겨 읽기를 멈추고 책을 덮고 뒤집어서 읽으라신다. 이젠 오른쪽으로 넘기며 읽는 것이다.

생각을 뒤집는 인생사전 101


몇 안 되는 미래형 명사.
처음엔 '꾸다' 라는 동사와 붙어 지내지만
꾸다, 꾸다, 꾸다, 꾸다 반복하여 주문을 외우면
어느새 '이루다' 라는 동사와 붙어 있다.

꾸다, 꾸다, 꾸다, 꾸다, 꾸다,,,,


손바닥에 두터운 사랑이 한 꺼풀 더 덮여 있어
뜨거운 냄비가 하나도 뜨겁지 않은 사람.
 


'어머니'를 어쩜 이렇게도 잘 표현해 놓으셨을까? 가슴이 찌릿.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
이야~ 감탄을 연발하며 읽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아님 할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짧막짧막 잘도 정의 내리셨다.
카피라이터 정말 잘 하셨다.

리뷰어 차수정 천연염색체험태후사랑 (십정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