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바다? 물? 제주올레길? 정말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세대에게는 추억의 수학여행이 아닐까 해요. 지금의 2030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추억이죠. 아마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는 신혼여행의 추억이 깃든 곳 일거고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우리들의 추억의 수학여행지. 바로 제주도에 정착한 만화가 메가쇼킹의 이야기입니다.
제주도로 내려와 쫄깃쎈타를 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결정적 계기는 2010년, 이혼을 한 것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큰일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3명 결혼하면 1명이 이혼할 정도니 이혼이 뭔 대수냐고 하겠지만, 남 일이라서 그런 소리가 쉽게 나오는 것 같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내가 유독 예민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살이 14킬로그램이나 빠질 정도였다. 아마도 마음의 살은 더 많이 빠졌을 것이다. p24
메가쇼킹은 이혼 후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 있는 아지트(놀이터)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가만히 있다는 나쁜 생각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놀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쫄깃쎈타라는 이름의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가 탄생하죠.
메가쇼킹은 처음에는 홍대에 아지트를 만들려고 계획합니다. 여느 예술가들이 그렇듯요. 제 주관적인 생각인데 그가 처음 제주도에 게스트 하우스를 지으려고 할 때에는 '제주도의 홍대'를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홍대스런' 계획과는 달리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짓고 운영하면서 그는 점점 자연(제주도)에 동화되어 갑니다. 그리고 비로소 '메가쇼킹스런' 사람이 되어갑니다. 세상과 떨어짐으로서 비로소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죠.
저는 이 책을 한줄로 소개한다면 '시골 노총각을 변한 콧대 센 예술가가 막걸리에 취해 술주정 부리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물론 제주도지만 우리 자신에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주도'에 갇히는 순간 오히려 많은 걸 놓치는 거죠. 그저 동경하고 떠날 수 없는 나의 상황을 아쉬워하고 고작 조금 사치를 부려봐야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며칠 쫄깃쎈타에 묶으면서 달래는 정도겠죠.
누군가 이 책을 읽고 나도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 나도 쫄깃쎈타에 가보고 싶다라고 느낀게 전부라면, 쫄깃쎈타의 '사장님' 메가쇼킹은 기쁠지 모르지만 다른 메가쇼킹은 조금 아쉬워할 거 같습니다. 물론 저도 쫄깃쎈타가 있는 협재리에 가서 메가쇼킹과 '맛걸리(메가쇼킹은 제주막거리를 이렇게 표현한다.)'를 한잔 하고 싶고 책에 소개되어 있는 맛집들도 가보고 싶지만요.
이 책에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어요. 그저 시시콜콜한 흔한 일상에 '메가쇼킹 특유의 양념'이 얹어진거죠. 그 양념맛은 직접 읽어봐야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이고요. 여행이란게 그렇잖아요. 어디냐보다 누구와 함께인가가 더 중요한.
이 책을 읽고나니 참 유쾌하고 괜찮은 동네형과 며칠 어디 민박집에서 푹 쉬고 온 그런 기분이 들어요. 별한번 보고 술한잔 하고 그러면서 형 잔소리 듣다보면 '에이 선생님 같은 소리 그만해'하다가도 가끔 푹 찌르는 말이 있잖아요. 아차싶고. 그런 이야기가 많은 책이에요. 그중에 하나를 옮길게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모습, 꽤 멋지지 않은가? 내게 그 속담은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다'는 뜻으로 읽힌다. 쫄패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쫄깃쎈타. 그래서 그래서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해질 것 같은 느낌에 늘 염통이 두근거린다.-p235
지금껏 수없이 많이 접했던 속담이었는데 저는 그런 생각을 한번도 못해봤어요. 방심하고 있는데 옆구리를 푹 찔리 기분이었죠. 세상이 그렇잖아요. 가끔은 별거 아닌 일도 한없이 힘들고 또 때론 절대로 못 넘을 것 같은 고난도 달리 보면 별거 아니기도 하고. 많은 부분 우리의 시각에 따라 규정되는.
이책을 읽는다면 독자들이 대리만족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정말 부럽다. 그러고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함께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일 당장 사표를 쓰라거나 그런게 아니에요. 메가쇼킹의 자신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가듯. 우리도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보자는 거죠. 다만 전제가 있어요. 진지하게.
이 책 표지 뒤편에는 메가쇼킹의 지인들이 쓴 소개글이 나오는데요. 그중에 자칭 '10년 불알친구'라고 표현한 강풀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 친구 메가는 그런 녀석이다. 심심해서 저지르는 일을 진지하게 해내고야 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게 이런 '진지함'이 아닐까요.
요즘은 다들 '하고 싶은 걸 해라'. '인생을 즐겨라'. 라고 말해요. 하지만 그 말은 너무 가벼운 말이 되어 버렸어요. 정말 하고 싶은 하나를 한다는게 사실은 다른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걸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우리 2030세대는 상처투성이인 세대이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것 한다고 하면서 무엇도 놓지 못하는 어린광쟁이 아이가 되어 버렸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진정 꿈을 찾아 지금 이순간을 희생하는 청춘들을 위한 위로여야 했지만, 그저 아무것도 놓치 못하면서 방황하는 어리광쟁이들의 변명거리 이야기가 되어 버렸어요.
참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놓고 참 어두운 얘기를 꺼낸 거 같네요. 제가 너무 어두워서 일까요. 이렇게 말할 수 밖에요. '저는 이렇게 읽었어요.'라고.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읽어보고 싶어졌나요? 어떻게 느꼈는지 얘기해주세요. 당신의 애기가 듣고 싶어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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