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지하철 스태프 3월 독서스터디 도서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집을 읽었다. 토론주제 작품은 단편집에서도 <지옥변>이라는 작품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한 기괴한 예술가가 결국 지옥을 그리기 위해 자신의 딸을 희생시키고 결국 자신도 자결한다는 내용이다.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운의 근원을 알기위해 책도 살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니, 해당 작품(지옥변) 자체가 예술과 도덕의 상극, 즉 예술가로서 작품을 위해 지킬 수 없는 도덕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담았다고 한다. 실제로도 지옥변의 주인공처럼 작가 자신도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  

엊그제 우연히 우리나라 현대문학의 거두 중 하나인 김동리 작가와 서영은 작가(“동리 선생과의 결혼은 운명… 우린 몸이 잘 맞았어요”)의 기사와 그에 딸린 악플을 보면서 예술가에게 관습이나 도덕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 씨가 기사를 공유하고 사람들과 댓글로 주고 받는 이야기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난다.(여담이지만 지금은 악플에 의해 해당 기사 제목이 순화되어 있다. 그것도 시사하는 바가...) 

김동리나 여타 일부 작가들은 자신들의 일탈을 예술가의 삶으로 면죄부를 줬던거 같다. 그에 비해 지옥변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작가이기 때문에 관습이나 도덕으로 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예술가로서의 자신과 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한 인격체로서의 자신 사이에 갈등하지 않았나 싶다.

단편집에 실린 또하나 인상깊은 작품은 <덤불 속> 이라는 소설이다. 하나의 살인 사건을 두고 서로 자신이 살인자라고 하는 독특한 설정의 스토리 전개를 갖고 있다. 또한 일반 추리물이 결말에서 범인을 밝히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범인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고 끝나 버린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덤불 속>을 원작으로한 영화 <라쇼몽>의 한장면. 1951년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세계적인 고전 명작으로 꼽힌다.

사실 이런 전개가 어리둥절해서, 내가 잘못 읽었나 하고 찾아보니 <라쇼몽>이라는 영화의 원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의 거장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대표작으로 1951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계 고전 명작이란다. 짧은 단편이라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또 하나 발견 한 것은 해마다 <덤불 속>을 읽는다는 김탁환 교수의 칼럼이다.([김탁환의 책과 램프사이] 정직한 고백은 없다?) 서로 범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맥락에 대해서 정리되어 있는데, 기사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들어가서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고, 또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라 딱히 길게 감상을 적을 건 없을 거 같다. 이후에 독서스터디 이후에 덧붙일게 있으면 모를까. 감상은 생략하고 공감갔던 구절을 하나 붙이고 끝내고자 한다. <덤불 속>에서 스스로 살인자라고 주장하는 도적의 대사이다. 

"뭐, 사람을 죽이는 일 같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같이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어차피 여자를 빼앗자면, 남자는 죽이게 마련인 것입니다. 다만 저희들은 죽일 때 허리에 찬 칼을 씁니다만 당신들은 칼은 쓰지 않고 권력으로 죽이고, 돈으로 죽이고, 어떤 때는 위해주는 척 하는 말만으로 죽이지요. 죄로 본다면 당신들이 더 나쁜지, 우리가 더 나쁜지 모를 일입니다."

나생문 외 (보급판 문고본)
국내도서
저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진웅기역
출판 : 범우사 199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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