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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독서노트

[송막내의 독서노트]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유현준, 와이즈베리)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국내도서
저자 : 유현준
출판 : 와이즈베리 20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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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우리의 기억들이 각종 홈페이지와 연결되어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내 사진을 올리면 그 공간이 나의 추억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추억이 연결된 장소가 고향이다. 그런 홈페이지가 내 고향이다. 그래서 싸이월드가 폐쇄되었을 때 우리는 일종의 ‘디지털 난민’이 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102

 

보통 예배당은 긴 의자가 놓이고 사람들이 한 줄로 앉아 설교자를 바라보게 되어 있다. 이러한 의자 배치에서는 나는 그룹의 일부이고 한 명의 설교자를 바라봐야 한다는 설정이다. 다분히 전체주의적인 공간 구성이다. 108

 

공원은 그저 비어 있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편의점 라면이 없는 한강시민공원을 상상해보라. 가고 싶겠는가? 145

 

리스펙트는 당신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나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는 상태이다.(김정운 교수) 자신의 일터가 동료를 리스펙트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147

 

건축만이 주는 유일한 감동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중력을 이기려는 노력이 보여서다. 우리가 보는 모든 건축물은 이런 중력을 힘겹게 이긴 결과물이다. 현대건축에서 유일하게 중력을 이기는 구조체가 그대로 드러난 건축물은 다리 교각이다. 159

 

건축에서 ‘아치'는 특별하다. 다른 예술과 달리 건축만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면 중력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치는 중력을 이기는 모습이 우아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곡선으로 드러나 보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166

 

한 사람의 유년 시절을 보낸 공간을 보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를 보는 것이다.예전에 살던 동네를 혼자서 가보는 것도 좋다. 그곳에 가면 물리적으로는 예전과 같은 공간이라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내 몸이 커져서다. 공간은 항상 사람의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203

 

도시에서 데이트하기 좋은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계단이다. 계단은 관계를 쌓는다. 204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주변의 공간들을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채색을 해야 한다. 채색을 하는 붓은 전봇대 같은 기둥이 될 수도 있고, 가로등일 수도 있고, 의자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정도의 변화는 여러분이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9

 

같은 집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기 전까지 같은 공간 안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우산을 쓰는 것이다. 211

 

이렇듯 꽃꽂이가 되어 있는 공간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고 준비된 공간이다. 마치 나를 만나기 위해 누군가가 옷을 열심히 골라서 입고 화장도 하고 기다려준 것 같은 느낌이다. 꽃꽂이를 한 공간은 나를 위해 단장을 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260

 

보통 동그란 테이블은 위계가 없다. 반면 직사각형 테이블에서는 좁은 쪽에 앉은 사람이 더 권력을 갖는다. 동그란 테이블이 또 다른 장점은 인우너수를 가변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명 더 오면 의자를 테이블에서 조금 뒤로 빼서 원의 지름을 키워 한 명 의자를 더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263

 

네모난 테이블에서 가장 대화가 많이 일어나는 자리는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앉은 사람 사이다.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테이블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앉으면 좋다. 보통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보려면 고개를 90도 돌려야 하는데 반해, 모서리에 앉은 사람은 45도만 고개를 돌려도 볼 수 있다. 264

 

우리나라 식탁은 보통 반찬을 흘릴 것을 대비해 식탁 위에 유리판을 올려놓는다. 그런데 가급적이면 식탁은 유리 없이 원목 나무면 더 좋다. 유리는 차가워 팔을 기대어 앉기가 어렵다. 앉아 있을 때에도 차가운 유리에 기대지 못하기 때문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앉게 된다. 그러면 마주 앉은 사람과 거리가 더 멀어진다. 사람의 체온과 가장 비슷한 나무 재질로 만든 식탁을 두면 체류 시간이 더 길어지고 몸을 앞으로 기대어 가족 간의 거리가 좁아진다. 267

 

조용한 곳은 내가 존중받는 공간이다. 담배 피우는 사람 옆에 있거나 기차 안에서 시끄럽게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사람이 기분 나쁜 건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져서다. 304

 

이렇듯 서점은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 중에서도 유난히 촉각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사람이 소득이 늘어나면 처음으로 예민해지는 부분이 청각이다. 우리나라도 1970~1980년대에는 카세트플레이어인 워크맨이나 마이마이가 인기였다. 음악다방의 DJ가 인기 있는 직업이었던 시절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더 올라가면 냄새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 남자들이 향수를 쓰기 시작했다. 그다음 단계는 촉각이다. 그래서 지금은 만질 수 있는 애완동물 시장이 커진다. 307

 

나에게 맞는 커피숍이나 동네 빵집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그곳이 여러분의 거실이기 때문이다. 310

 

성곽길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돌들의 모양이 각기 달라서다. 이어령 교수는 벽돌담과 돌담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벽돌담은 똑같이 생긴 벽돌로 만들어져 어느 벽돌 하나가 빠지면 대체 가능하나, 돌담은 돌들의 모양이 각기 달라서 하나가 빠지면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324

 

별마당 도서관이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으면서 비로소 사람들이 코엑스 쇼핑몰의 도로망과 지도를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통 어느 사람이 그 도시에 애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은 도시의 도로망을 파악하면서부터라고 한다. 349

 

우리가 바라보는 낮의 빛은 하늘 전체가 밝다. 이렇듯 자연의 빛은 천장 전체가 밝은 조명이다. 그래서 하늘이 높게 느껴진다. 이러한 효과를 연출하려면 스탠드를 위로 돌려 천장에 비추면 된다. 이럴 때 천장은 낮의 하늘이 된다. 방이 더 좋아 보이고 달라 보일 것이다. 369

 

베트 미들러의 노래 <프롬 어 디스턴스 From A Distance> 가사를 보면 전쟁 중에도 멀리서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거리는 갈등을 지우는 힘이 있다. 379

 

도시 속 현대인에게 일터는 컴퓨터 모니터다. 농사꾼들이 논에서 잡초를 뽑듯이 우리는 모니터에서 마우스와 키보드로 일을 한다. 우리는 가끔 사무실에서 때로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빈 모니터를, 아예 빛이 없는 검정 모니터를 봐주는 것도 좋다. 396

 

내가 자주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차선이 모여서 최선이 되는 것이다. 원래 최선들이 모여서 최선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온간 멋진 옷과 고가의 액세서리를 다 하고 나면 완전 촌스러워질 수 있다. 모자라는 듯한 것들이 모여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답다. 그러니 내가 원했던 길이 막힌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말라. 때로는 옆길로 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 길이 열리는 데로 걸음을 떼길 바란다. 403

 

나 이전에 수많은 레전드들이 있었다. 이 시대는 나의 시대다. 그리고 나 이후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을 안다. 그래야만 한다. '이 정도면 됐다’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우사인 볼트, 은행 광고) 408

https://www.youtube.com/watch?v=2TJeA7ywM50

 

배우 고소영 씨의 얼굴에서 코 위에 자리한 점은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고소영 씨의 이미지를 장악한다. 이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요소 몇 가지가 공간의 의미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주는 작은 부분들을 주변에서 찾아나가야 한다. 409

 

책은 결국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그 책을 쓴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겨나느 자신만의 생각이 중요하다. 딴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다. 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