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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대한 설교였습니다."
"지옥이 어떤 곳인지 너희 머릿속에 잘 주입되었겠구나."
"그럼요. 모두들 그 설교를 듣곤 새파랗게 질렸으니까요."
"너희들에게는 그런 설교가 필요하다고. 너희를 공부하게 하려면 그런 설교가 더 많아야지."- p. 195
으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율리시스>에서 나온 스티븐 데덜러스가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이었다니! 그럼 난... 2권 완결인 책을 지금 거꾸로 된 순서로 읽었다는 것인가 의사양반!!! (그것도 한 중간쯤 읽고서야 깨달았다.)
아무튼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가치를 일구어내지는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까 앞에서 말했던 대로 1000장이 넘는 율리시스 이야기를 마스터했다보니 자꾸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쪽의 문체와 비교가 되었다. 그리고 성찬에 대한 회의라던가 종교에 대한 비판은 톨스토이가 훨씬 더 깔끔하게 감정을 정리해서 잘 썼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혼합되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장에 따라 너무 문체가 딱딱하게 나눠져있는 것 같아서 좀 거북스러웠다. 고등학교 시절을 서술할 땐 현실을 관조하는 모습만 드러내다가, 대학교 시절을 서술할 땐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줄줄이 늘어내는 모습만 드러내다니. 그러다가 갑자기 훌쩍 아일랜드를 떠나지 않나. 아무리 의식의 흐름 때문이라곤 하지만, 상당히 변덕스러웠다. 어쩌면 제임스 조이스가 자신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조금 들지만. 하지만 제임스 조이스 특유의 부정적이고 삐딱한 모습은 뭐니뭐니해도 <더블린 사람들>에서 매우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에서 스티븐의 말투에서는 어느 정도 낭만주의와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제임스 조이스는 자신의 수기같은 이 글을 쓰면서 눈치챘을까? 아일랜드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해결못할 분쟁을 벌이고 있으리라고, 미션 스쿨이 아직도 살아남아 학생들을 농락하고 있으리라고, 혹은 전세계적으로 명확한 기준도 의지할 곳도 없는 혼잡한 시대가 나타나리라고... 이제 <피네간의 평야>만 보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전부 읽게 된다.
자신의 아들 이카루스에게 자신의 발명품인 날개를 매단 채로 날려보내고 있는 다이달로스. 무리해서라도 주인공에게 그리스식 이름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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