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 OO은대학연구소 2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노리단을 만든 주인공이다. 2009년에는 하자센터를 총괄 운영하면서 10여 개의 사회적기업 창업팀을 인큐베이팅했고, 지금도 청년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시즈의 상임이사이자 청년단 단장으로서 사회적기업계의 대표적인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Q.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얘기해달라.
"㈔씨즈에서 청년 등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리단의 경우 단장직을 그만뒀지만 새롭게 설립한 부산노리단이나 부천시로 이주한 노리단 등 필요한 일이 있어서 부산과 부천을 오가며 돕고 있다. 올해는 ‘OO은대학연구소’ 일에 집중하고 있다.(그는 OO은대학연구소 일에 애착을 드러냈다. 기사에도 특별히 'OO은대학연구소 2소장'으로 써달라고 당부했다.)
‘OO은대학’은 2030 청년들이 창의적 방식으로 각 지역에 마을을 만들고 공동체를 살리는 프로젝트이다. 2년 전 노리단에서 인큐베이팅을 시작했다. 작년까지 ‘마포는대학’ ‘구로는예술대학’ ‘역곡북부시장은대학’, ‘온수리대학’ 4개를 진행했고, 올해는 수도권과 부산 등지에서 10개 정도가 진행 중이다. 작년 말 ‘OO은대학’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보자는 중지가 모아졌고 이를 촉진하고 보급하는 허브로서 ‘OO은대학연구소’를 만들었다. 40대의 1, 2소장 2명과 2030 청년 기획자 6명으로 구성하고 2소장을 맡았다."
Q.노리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첫번째로 받은 것일 뿐, 사회적기업의 발상이나 문제의식을 고민한 주체나 조직은 문화예술영역 곳곳에 이전부터 있었다고 본다. 노리단은 2004년 6월, 10~30대가 같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그걸 하면서 먹고 살아보자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창립할 때부터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발상과 고민은 당시 11명 전원에게 문화 유전자처럼 있었고 그게 창업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개념적으로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은 2006년쯤에 접했다. 노리단을 처음 만들 때부터 공동체에 의한 주식회사, 종업원지주회사,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공동으로 지배하는 형태의 주식회사를 고민해왔다. 적합한 모델을 찾던 중, 해외의 사회적기업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이거다’ 하며 설렜다. 단원들이 노리단과 맞는지에 대해 학습과 토론을 거쳐서 이걸로 가자고 결정했다."
Q.노리단 이외에도 여러 사회적 기업을 인큐베이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잘 운영되고 있나?
"2009년부터 2년 여간 하자센터 운영을 총괄하면서 노리단 일을 뒤로 하고 청년들이 창업하는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창’ 프로젝트를 했다. 이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창업팀들 중에서 이야기꾼의 책공연, 리블랭크, 유자살롱, 영상집단 눈, 트래블러스 맵, 대지를 위한 바느질 등 총 7개의 인증 사회적 기업이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다.
최근에는 하나하나 세세히 살피지는 못하고 있다. 잘 운영되고 있는지 나 역시 궁금하다. 잘 돌아가는지 판단의 기준이 제각각이다. ‘돈벌이’가 잘 되느냐고 묻는다면, 영업매출의 경우 잘하는 데도 있고 여전히 고만고만한 데도 있다. 사회적기업은 돈벌이와 더불어 ‘조직다움’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돈을 잘 벌더라도 사회적기업으로서 미션을 잃어버렸다면 그 돈벌이를 접겠다는 판단을 할 줄 아는 게 조직다운 거다. 또 당장 돈벌이가 잘 안 되고 있지만 꼭 해야 하겠다는 미션이 있다면 당분간 어렵더라도 ‘우린 계속 이 사업을 추진한다’라고 할 수 있어야 조직다운 거다. 이런 것을 제대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결정하는 조직인가, 이렇게 묻는다면 앞서 거론한 사회적기업들은 대체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Q.노리단의 경우는 어떤가.
"8년차를 겪는 지금도 조직의 미션과 비전에 대해 내부에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조직 운영과 문화에서 반복되는 패턴 같은 게 보인다. 내부에 20~30대 청년들이 많은데 20대의 평균 재직율은 2년 미만이 많고 30대로 넘어가면 3년 이상 근무하는 경향이 있다. 20대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어떤 관심이나 사회적 미션의 연장 등 다양한 이유로 노리단에 오는데, 2년이면 20대에 겪어볼 수 있는 경험을 1차적으로는 다 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만약 이것이 우리 사회의 20대가 살아온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20대에게 무조건 3년, 4년 계속 남아서 일하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앞으로 20대 채용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Q.다른 정책이라 함은 어떤 것인가. 지속가능하게 몸담을 20대를 뽑을 것인가, 20대에 맞는 2년간의 경험을 하고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 이런 정책적인 고민인건가.
"그렇다. 이런 판단이 없이 채용 시 무의식적으로 무조건 오래 같이 가야 한다는 전제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선발하면 이건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현재 월급은 150만 원이야. 근데 2년 뒤에는 200만원 이상 줄게’. 이런 이야기가 무의미하겠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2년이라는 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그 기간 동안 여기서 겪을 일이 뭐고 얻게 될 경험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해보고 같이 일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합의하고 계약하면 그 20대 청년이 노리단에서 지내게 될 2년의 설계나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Q.조직관리 이슈가 아직 사회적기업 전반에서 잘 안 나오고 있는 이야기이면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다. 협동조합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경우에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노리단의 경우 젊은 사람이 많고 잦은 이동으로 조직관리와 비전공유가 힘들 것 같다.
"노리단은 소통비용이 많은 구조이고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대가 2년 미만으로 새로 들어오고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노리단 단원들 각자도 서로에게 노리단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노리단이 뭐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나는 노리단이 이랬으면 좋겠다’ ‘나는 노리단이 이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아니었다’ 노리단은 이렇게 쉽게 조직 내부 이슈가 단원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론화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그렇다. 뒷담화 형식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부정적 논의를 따로 하고 공식석상에서 언급되지 않는다면 이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내부 논의가 활발하다. 큰 변화를 리더들이 결정하고 실행하면서 그에 맞는 내부의사결정과 의견수렴과정을 거치는 조직운영 노하우가 쌓여가는 시기이다. 노리단이 가진 고유의 문화를 잘 살리면서 군더더기는 빼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Q.사회적기업은 이런식으로 비전을 수립해라,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같은 팁을 줄 수 있는지.
"조금은 추상적인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회적기업, 이렇게 붙여쓰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톨릭대 라준영 교수가 ‘사회적’과 ‘기업’을 띄어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을 말했을 때, 적극 공감했다. 사회적 기업을 두고 하이브리도 모델이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하이브리드에는 현재 표준모델도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렇게 하니까 되는거 같아’라는 모든 사회적 기업에 통용되는 성공의 모델이나 노하우도 표준이라는 것을 세우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노리단 역시 사회적기업이라는 본연의 것을 몸살 앓듯 겪으면서 그 정체성과 사업 및 조직모델을 구체화한 것이다. ‘사회적’과 ‘기업’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각 조직의 리더들이 비전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각자의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 떨어져 있는 ‘사회적’과 ‘기업’의 사이를 스스로의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채워야 하는 숙제를 간과한 채, 아주 훌륭하게 통합된 성공 모델이 있다고 간주하면 안 될 것이다. 통합된 성공 모델이 표준처럼 있다고 있다고 착각하고 그걸 찾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사업을 하거나 조직문화를 만들었을 때 타격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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