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서 계속


Q.모범답안이 없으니까 감수할 마음가짐을 갖고 겪어나가라는 뜻인가.

"평이하게 말하면 그 정도다. 최근 계속 생각하는 건데 사회적기업에는 정답이 없다. 우리 사회에 사회적기업이 제도로 운영된 게 이제 5년 됐다. 이제는 ‘사회적기업은 이런 것이다’는 표준값이나 평균값을 정하고 이거에 근접하면 사회적기업이고 아니면 틀리다, 라고 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사회적기업에 정답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제 각각의 사회적기업이 스스로 또는 연대하면서 자기의 방식으로 응답해야 한다. 하이브리드카를 예를 들면, 어떤 자동차는 석유를 먹는 엔진을 돌리고 하나는 전기모터를 돌린다. 꿈의 자동차는 전기로만 가는 건데 그건 이정표다. 여기로 가야 한다는 건 분명하니까 하이브리드카가 나온다. 당장은 하이브리드카가 엔진만 돌리는 자동차보다 경제성이 떨어져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분명하니까 가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가는 길이 이거다. 다만 개별 하이브리드카를 보면 엔진과 전기모터 간의 전환이 수시로 일어나는데 이때 이 전환을 어떻게 좀 더 저비용으로 더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과제와 싸우는 거다. 사회적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회적인 것이 기업으로’ ‘기업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몸살처럼 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사회적기업은 이 둘의 전환을 한꺼번에 시도하거나 어느 하나의 전환이라도 분명하게 하는 조직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 돈 되면 무조건 해서 지금의 위치에 온 것도 아닐 것이고, 30년 후 반도체를 만들자 스마트폰을 만들자고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놓고 과거 어느땐가 미리 결정해뒀다 한 것은 아니다. 계속 시행착오와 결과를 확인하면서 뭐가 발전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건 아닌지 배웠던 거다.

사회적기업의 경우 전신이 있는 곳도 있지만 제도화 이후 길게 한 데가 5년이다. 이 정도가 된 사회적기업이라면 무엇이 자신의 모습에 가깝고 어떤 식으로 이후 사회적기업을 운영해가야 하는지 재검토하는 시즌이 시작된 거 아닌가 한다.

반면 지금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거나 모색하는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봤으면 좋겠다. 사회적미션 반 수익모델 반, 착한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이런 컨셉은 좀 안 맞는 거 같다. 지금 출발하는 사회적기업은 주저하지 말고 극단적으로 가봤으면 좋겠다. 수익이 확실치 않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던가, 틈새 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던가, 자기가 원하고 잘하는 것을 먼저 극단까지 추진해서 경험치를 만들어놓고 사회적기업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집중적으로 다뤄보면 좋겠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기 때문에 이것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간다면, 즉 자기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 없이 지원 정책에 맞추어서 가려고 하면 오래 못 가고 금세 넘어진다."


Q.정답 없는 싸움이고 각자가 응답해야 할 문제라면 실패확률도 높을 것 같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나 방법에 대해서 말씀해달라.

"1년을 분기로 쪼개서 조직의 실패를 도출해라. 안 그러면 실패를 자꾸 유예시키고 회피하면서 마치 실패를 안 한 것처럼 갈 수 있다. 1/4분기 동안 확실하게 실패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내고 그 실패를 낳은 결정적 원인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불이행)’를 직시해서 그걸 다음 2/4분기에 집중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안 하면 우리는 자신이 뭘 실패했는지도 모르고 그냥 가게 되고 그런 활동에는 성동도 없게 된다. 이렇게 실패를 도출하고 직시하면 자신이 실제적으로 불이행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준비 없이 영업을 나올 수 있냐’라는 소리를 들을지 언정 하루에 20명씩 만날 수도 있는 건데 말로는 그렇게 했어도 실제로는 안 했을 수 있다. 여러 가지 두려움도 있고 ‘잘 될까’ 하는 생각에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게 불이행이다. 그걸 확실히 지난 분기의 실패라고 선언해야 한다. 해서 이번 분기에는 그걸 제대로 실행해보고 이야기하자, 이렇게 나가는 거다. 이렇게 1년에 4번 돌아가면 달라질 거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청년들이 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서 실수를 안 해야 한다는 습성이 많기 때문이다. 실수를 줄이려고 하다 보니 실은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준비만 반복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수를 줄이느라 아무 것도 안 하느니 실패를 하자. 실패해서 내가 무엇을 확실히 했고 무엇을 회피하고 불이행했는지 확실하게 알아서 그 다음에 달라지는 것이다."


Q.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에서 실패도 해야 하지 않나.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하고 싶은 것을 모르겠어요’라는 상담이 많다. 모든 요인들이 골고루 양호한 상태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찾기도 쉬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한 부분이 결핍된 상태에서 그것을 자각하며 성장하다보니 그 결핍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의 원천이자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그 중간 정도에 섞여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스스로를 자평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내가 오늘 행복한가’라고 물어보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법이다. 반대로 ‘내가 오늘 불행한가’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경향이 많아진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골몰히 생각하기보다는, 하기 싫은 게 무엇인지, 회피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더욱 솔직하게 대면하다보면 자기가 좀 정리가 되면서 ‘이게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하고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잔뜩 헝클어진 방에서는 지금 당장 급하게 찾는 물건(하고 싶은 것)이 어딘가에서 쏙 나타나주길 바라지만 뒤지고 찾을수록 더 헝클어지기만 한다. 반대로 헝클어진 방에서 안 쓰는 물건, 구석에 처박힌 물건들부터 찾아서 정리하다보면 원하는 물건을 찾기 쉽다. 이와 마찬가지다."

Q.여기에 오기 전에 페이스북에 김종휘 단장님을 인터뷰한다는 글을 올렸다. 올라온 질문을 하나 드리겠다. 노리단이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데 창의성을 어떻게 발현하나.

"방법론적인 부분에서는 이미 많이 소개돼 있다. 노리단만의 유별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앞서 노리단은 소통비용을 많이 쓴다고 했지 않나. 그만큼 노리단은 다른 데에 비해서 서로에 대해 알아나가는 과정에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창의적으로 같이 도모할 수 있는 것을 수월하게 만드는 조직문화일 수 있다. 

외부와 비교하면 훨씬 수평적이고 열린 대화들이 많다. 서로 쓴소리도 자주하고 상처도 받지만 이것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적은 없고 ‘우리 내부 문제를 끄집어내면 어떻게 합니까’ 이런 분위기도 없다. 어떤 신입이 ‘노리단이 이거밖에 안 되요?’ ‘이거 문제에요’라고 이야기해도 ‘어떻게 6개월짜리 신입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러지도 않는다. 노리단이라는 조직이 어떤 모순 속에 있는지 본인이 알려고 하면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 모순 속에서 출구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우리는 역설이라고 한다. 이걸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Q.마지막으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해달라.

"정답을 찾지 말라는 것과 자기만의 응답을 꾸준하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만들어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회적’과 ‘기업’은 모순적인 관계로 결합된 하이 컨셉이다. 사회적기업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자신만의 역설을 만들어 가야 한다. 모순된 것을 껴안고 견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견디는 과정을 무시하고 모순을 계속 언설로 통합시키려고 한다든가 모순은 이미 해소됐다고 착각할 때 패착이 시작된다. 

‘사회적’과 ‘기업’ 두 가지가 개념상으로 멋지게 통일된 어떤 이상향을 보고 싶겠지만, 그걸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실행해서 성공하는 것은 어렵다. 이건 마치 무산소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서는 것이다. 과정 가운데 회의도 들겠지만, 그런 회의감을 붙들고 매달려라.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적’과 조직 내에서 느끼는 ‘기업’이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지 고민하고 견뎌내는 시간을 늘려나가라. 그 시간에 비례해서 역설이 나올 것이다."


본 기사는 나눔나우SGS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의 공동취재 형식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양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SGS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는 예비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한 삼성, 경기도, 성균관대의 공동 사회공헌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