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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아담과 이브,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실락원: 존 밀턴]


실락원(세계명작100선87)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시
지은이 J.밀턴 (일신서적출판사,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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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할 여지도 없이 하느님은 마음을 풀고
불쾌한 기분 돌리시리다. 그 고요한 얼굴에
노여움이 가득 차 아주 엄하게 보이실 때도
빛나는 것은 은총, 은혜, 자비 말고
또 무엇이 있으리요?"
우리의 조상 아담 뉘우치며 이렇게 말하니,
하와도 역시 뉘우친다. 그들은 곧
심판받은 장소로 돌아가 하느님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함께 자기들의 허물을
겸손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며, 가식이 아닌
슬픔과 온유한 겸손의 표적으로 뉘우치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눈물로 땅을 적시고
한숨으로 하늘을 채우는 것이었다.
- p. 410



 일단 별점이 낮은 이유는 결코 존 밀턴이 시를 잘 못 써서가 아니다. 일단 프로테스탄트들의 이론 중에선 근본적으로 '시대를 달리하고, 종교가 다른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론들이 있다. 기본적인 설명을 하자면, 프로테스탄트들은 남성이 여성의 머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서의 일들이 있는 그대로 실제로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요한계시록을 너무나 사랑한다. 특히 초기 프로테스탄트들은 규약을 무겁게 적용시킴으로서 예정된 종말을 더 빨리 앞당겨서 일으켜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더 빨리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나는 이 이론을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교회를 그만두고 성당을 다니기로 택한 부모님께 정말정말 감사하다.
프로테스탄트들은 자기네가 무슨 에반게리온의 제레인 줄 알았나보다...

 

 아무튼 그는 프로테스탄트가 된 채로 찰스 1세가 처형당하고 제임스 1세가 정권을 잡기까지의 시대를 살았다. 공화정이 들어설 땐 크롬웰을 옹호하는 글을 쓰다가 눈이 멀 정도였다고 하니 그 정성과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비록 영국은 다시 왕정 체제로 돌아왔으나, 자신의 한계를 실험했으니 그 동안의 그의 노고가 헛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 시절의 집념을 <실락원> 집필에 다시 쏟았으니 말이다.

 

 

 본인은 수없이 많은 아담과 이브 그림 중에서 이 그림을 제일 좋아한다.
이브가 제일 이쁘다 ㅋ

 

 실락원은 창세기에서 나오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뒷배경으로 들어가면 더욱더 복잡하다. 이 세상의 근본적인 창조이야기부터 예수 강림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하느님은 예수님을 내세워 갑옷을 입히시고 성령의 힘으로 타락천사들을 지옥으로 떨어뜨린다. 그런 다음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을 만드는데, 사탄(혹은 루시퍼)은 그 인간들을 내려다보면서 동경을 느끼는 한편 맹렬한 질투심을 느낀다. 그래서 루시퍼는 뱀의 몸 안에 육화하여 이브를 꼬셔낸다. 이후엔 성경내용대로 진행. (아담이 이브와 같이 지옥으로 떨어지기로 결심하고 사과를 먹는 장면만 다르다.) 하느님은 또 다시 예수님을 내세워 낙원을 성경에서 말한 대로 변화시킨다. 아담은 처음엔 분노하지만 사랑스러운 이브가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보고서는 함께 하느님에게 잘못을 빌기로 한다. 말하자면 내적 성숙을 시작한 것이다. 하느님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 자아낸 뉘우침을 어여쁘게 보시지만, 그래도 지식이 생겼으니 다음엔 생명의 과실을 먹고 불로장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낙원을 태워버리기로 결심한다. 천사 우리엘이 내려와서 아담에게 에덴 이후 인간에게 생겨날 일들을 보여준다.

 성서를 좀 보신 분이 역주를 단 듯하다. 정말 세심하고 꼼꼼하게 성서의 구절들을 달아주셔서 이 책을 다 읽는데 엄청난 시간이 들었다. 덕분에 성서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어떤 번역판을 기초로 했는지 모르겠는데,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가 매우 어렵고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애초에 영어성서를 잠시 읽었던 이유도, 한글 성서는 너무 한자가 많은데다 어처구니없는 오역을 해서 읽기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요번에 새번역성경이라는 것이 따로 출판되었고, 우리말로 성경을 번역하는 운동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얼마나 달라졌을지 지켜보겠다.

 일단 결론을 짓자면, 이 책을 읽고 '인간답다'는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존 밀턴은 아담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이브를 대표하는 여성들을 증오하며 인간의 죄악을 보며 '후손을 낳지 말았을 것을...' 따위의 후회를 한다. 자기가 뭔데 멋대로 우리를 낳을까 낳지 말까 따위의 고민을 할까?라는 생각이 맨 처음에 들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인간은 신의 의도를 모르는 존재인 것을.

 그런데 좀 우스운 것은 밀턴이 타락천사 루시퍼에게도 감정이입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천사들이 '쫓겨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게 했지만, 1장에서부터 '하느님의 빛에서 지옥의 어둠 속으로' 쫓겨난 루시퍼의 일그러진 분노를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그리고 당시 순수했던 아담과 이브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애증이라는 감정을 드러낸다. 이는 사랑과 친절만을 드러내는 천사들에게는 거의 보여지지 않았던 감정이었다. 덕분에 내 눈에는 루시퍼의 모습만 선명하게 보였다. 악마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홀린다는 현상이 이런 것일까?

 

 그러나 밀턴은 끝까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부분의 아담과 이브는 이렇게 처참한 상태로 쫓겨나지만,
실락원에서 아담과 이브는.... 

에덴 이후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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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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