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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청춘을 살아야만 했다.' [배를 타라 上: 후지타니 오사무] (+ OST)

 

 

그건 마치 교통사고처럼 어떤 시기에 하나의 경험을 하면서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듯 어른이 되어버린다. '좋아, 어른이 되어야지.'라고 먼저 결심을 하고 그 다음에 어른이 되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인간은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없다.- p. 8

 

 우리는 살면서 정말 갑작스럽게 이 세상에 말려든다. 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그냥 우연히 부유한 음악가문의 집에서 태어났고, 첼로를 배워야만 했고, 상류층 음악학교에 합격하지 못해 삼류 음악학교에 가야만 했다. 그렇게 살아야만 했다. 그의 선생님은 이런 질문을 제시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어떻게 살고 싶다.'라는 질문으로는 대답할 수 없다고 한다. 아니, 차원이 다른 대답이라고 한다. 앞에서 봤듯이 우리는 그저 우연히 태어나서 우연히 이런 세상에 살 뿐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거창한 주제인데도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 주제를 기준으로 하여 균형을 맞춘다.

 전반적인 내용은 주인공인 쓰시마가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 거기에서 펼쳐진 하늘이 그렇게 화창하지는 않다는 것을 독자 분들은 느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뭔가 암울한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푸른색이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적절하게 나타내주는 표지가 아닐까 싶다. 회상 속에 나오는 어린 시절 주인공은 부잣집 도련님이라 약간 잰체하고 건방진 면이 있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이지만, 나이 든 주인공의 말처럼 그렇게 모자란 놈만은 아니고 나름 매력적인 구석도 있다. '즐겁고 밝게 살아야 한다'는 치카의 말에 그는 대놓고 반발한다. 어쩌면 자신이 우울함을 즐긴다는 그 터무니없는 생각 때문에 이후의 참상이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청춘이 그렇게 발랄하고 유쾌한 때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은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삼류 음악학교에 무리없이 진학했고, 그 후에 부속 대학으로 진출하여 무난히 음악가가 될 수 있다. 약간 우울해하고 어두운 면도 있지만 친구들도 잘 사귀고 있다. 아까 말했듯이 집도 부자다. 어찌보면 참 편안하게 지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현실엔 힘들고 암울한 면도 있다. 스포츠만큼이나 음악계에선 스타가 되기 굉장히 어려운데, 그는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나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학교에서의 강요를 받아들이고 개인 연습도 꾸준히 해야 했다. 심지어 여자친구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조차도 없었다. 또한 그는 음악을 하는 집안에서 당연히 음악가가 '되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떨어져 독일로 유학까지 가야 했다. 학교와 집에서의 압력이 상당히 심하게 그를 짓누르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여자친구인 미나미하고 깨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도 했지만, 상당히 감정적인 쓰시마가 만일 이 압박들에 대해 자각이 생긴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쨌거나 첼로는 음이 가벼운 바이올린과는 무언가 다른 깊은 음색이 있다.

그게 바로 쓰시마와 그의 여자친구 미나미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첼로를 전공악기로 고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악기로 인해 성장했기를 바란다.

 

 어쨌거나 스토리는 계속 흘러가고, 예전에 들었던 클래식 음악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흥미가 점점 고조되었다. 이 책을 볼 때 가끔 오페라나 클래식같은 음악들을 들었으며, 이 후기를 쓰는 현재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듣고 있다. 첼로계에서는 성서와 같이 받들어 모시고 있으며, 이 책에서는 쓰시마가 스승님에 의해 처음 접하게 된 첼로곡이다. 피아노를 포기해야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그닥 달갑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아련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하권 후기를 쓸 때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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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