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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역할에 따라 변하는 것을 능숙하게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역할에 따라 변하는 것을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관계의 심리학
저자 : 이철우
출판 : 경향미디어 200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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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평소 별볼 일 없던 사람도 출세하면 확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대개 어떤 자리에 앉게 되면 그 자리에 맞는 가치관이나 태도를 받아들여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역할의 내면화가 이루어져 그 자리에 맞게 사람이 변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와는 다르게 보이는 것은 보는 쪽이 그렇게 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기는 하다. 사람은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본다. 이 말은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가 사전에 갖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에 따라 보는 것이 얼마든지 재구성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리는 출세한 자리가 주는 후광 때문에 사람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출세하면 달라 보이는 것은 보는 쪽보다는 아무래도 자리에 앉은 당사자가 변했다는 데에 더 큰 이유가 있들 것이다. 역할은 사람을 바꾼다. 이것은 짐바도의 모의감옥 실험에 잘 나타나 있다.-92

이처럼 역할은 사람을 바꾼다. 어찌 보면 역할에 따라 사람은 바뀔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도 누구나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가정에서는 아빠나 엄마의 역할, 본가에 가면 아들이나 딸의 역할, 친구 사이에는 친한 동년배로서의 역할, 회사에서는 성실한 직장인의 역할, 학교에 가면 열성 있는 학부모의 역할...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아무런 문제 없이 수행해내고 있다. 역할에 맞는 페르소나가 미리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란 연극에서 썼던 가면을 말한다. 우리는 역할에 따라 변하는 것을 능숙하게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역할에 따라 변하는 것을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동료나 주위 사람이 출세한 모습을 보면, "출세하더니 사람 달라졌는데,"하며 빈정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달라졌다고 비아냥거릴 일이 전혀 아니다. 당신도 출세하면 마찬가지 모습을 보여줄 터이니까 말이다. 

역할이 사람을 바꾼다는 것만 알아두어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상당량을 줄일 수 있다. 역할 때문에 사람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해 준다면 종전과는 다른 관계로 업그레이드하기도 쉬울 것이다.-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