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그릇이 되지 말아야 한다.

Category : 이야기 Ⅱ/기타 Date : 2012.05.06 21:41 Writer : 송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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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인문
저자 : 신영복
출판 : 돌베개 200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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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子不器-<爲政> 군자는 그릇이 되지 말아야 한다. -위정 편

여기서 그릇(器)의 의미는 특정한 기능의 소유자란 뜻입니다. 군자의 품성에 관한 것이며 유가 사상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기도 합니다. 또 이구절은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를 논하면서 바로 이 논어 구를 부정적으로 읽음으로써 널리 알려진 구절이기도 합니다. 베버의 경우 기(器)는 한마디로 전문성입니다. 베버가 강조하는 직업윤리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전문성에 대한 거부가 동양 사회의 비합리성으로 통한다는 것이 베버의 논리입니다. 

오늘날도 전문성을 강조하기는 막스 베버와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성은 바로 효율성 논리이며 경쟁 논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효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가는 전문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전문화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자본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것이지요. 자본가는 어느 한 분야에 스스로 옥죄이기를 철저하게 거부해왔던 것이지요. 오늘날의 대자본이 벌이고 있는 사업 영역을 점검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크게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으로 작게는 다각적 경영, 문어발 확장이 그런 것이지요. 

전문화는 있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아래층에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차를 전문적으로 모는 사람, 수레바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배의 노를 전문적으로 젓는 사람 등 전문성은 대체로 노예 신분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였습니다. 귀족은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육예(六藝)를 모두 두루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모두 익혀야 했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들은 시도 읊고 말도 타고 활도 쏘고 창칼도 다루었습니다. 문사철(文史哲) 시서화(詩書畵)를 두루 익혀야 했습니다. 고전, 역사, 철학이라는 이성뿐만 아니라 시서화와 같은 감성에 이르기까지 두루 함양했던 것이지요. 오늘날 요구되고 있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 결코 인간적 논리가 못 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는 전문성 담론이 바로 2천 년 전의 노예 계급의 그것으로 회귀하는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부끄가 좋아하는 신영복 교수님의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논리와 다르지요. 직업의 '전문성'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