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낙타의 행성이고 우리는 침입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독자가 계속 이어서 써야 하는 시 中
류시화의 시를 보았다. 확실히 불혹의 나이라서 그런지 지난 날을 회상하는 시가 많다. 무엇보다도 밖을 보는 것보다는 자신의 안을 성찰하는 시가 많은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이런 시들을 좋아하게 된 것을 보면 나도 겉으론 25살로 보여도 안으로는 꽤나 늙었나보다.. ㅋ
책마을이라는 리뷰카페에서 이 책을 받았다. 상자에서 처음 책을 꺼내들었을 때의 느낌은 언제나 새롭다. 유별나게도 이 책의 표지에서는 종이와 연필의 냄새가 났다. 손을 맞잡은 그림이 서로 겹쳐지는 느낌마저 정겹다. 마음이 왠지 편해진 듯한 느낌이다.
어렸을 때 류시화의 시를 피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물론 그 땐 겉멋이 들어서 어려워보이는 시가 아니면 잘 안 봤던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시라기엔 너무 장황했다.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는지, 묘사는 온데간데 없고 어딘가 수다스러운 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그 예시였다고 할까. 하지만 이 세번째 시를 보니 어느정도 묘사력도 상승한 느낌이고, 무엇보다 시인 자신의 경험이 솔직하게 잘 우려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침묵 끝에 나온 짤막한 말 한마디는 애절하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쉼보르스카의 시나 천상병의 시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시인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특히 쉼보르스카의 시는 꽤나 사회에 도전적인 시인데 류시화 씨가 그 분에 대한 시를 썼다는 게 왠지 나에게는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 (본인은 전에 이 폴란드 시인의 시집을 보고 서평을 쓴 적이 있는데, 사이트는 http://vasura135.blog.me/80147004708에 있다. 그러고보니 쉼보르스카 씨도 류시화 씨 못지않게 언어를 좋아한다.)
특히 <만약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세탁을 한다면>이라는 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전의 시에서는 도저히 보이지 않던 유머감각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정치가들과 오염된 지구환경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는 쌈박한 발상이라니! 계속 살아계셔서 네번째 시집도 내셨으면 좋겠다. 2012년이 꽤나 재밌는 해라서 점점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될 때이긴 하지만... 류시화 시인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실 줄은?! 대단한 시집을 낚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김남조 시인의 축약성있는 시와 비교되서 이런 미사여구를 쓰는 건 아니다... 아마도?)
빨래하니 강은교의 <빨래 너는 여자>라는 제목의 시가 생각난다.
빨래를 너는 정경, 특히 이불을 너는 정경은 꽤나 시원한 느낌이다.
이 시가 특히 그런 느낌이 강했다. 뭐랄까... 청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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