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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박노해-검은 산에


큰 산불이 나고

검은 바람이 불고 

푸르던 나무들 불타버린 

참혹한 산에 

검은 산에 


아 그래도 풀씨는 살아 

불탄 몸 쓰러져도 뿌리는 살아

여린 싹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빛나던 꽃도 열매도 아닌 

희망이던 가지도 둥치도 아닌 

잊혀진 땅 속의 씨알 뿌리들만이 

타버린 한 시절의 몸을 껴안고 

푸른 싹을 조용히 피워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일어서 고개 들어보면 절망이지만 

허리 숙여 들여다보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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