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Ⅱ/기타

사회적기업을 위한 ‘적정경영’, 동반성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조영복 (사)사회적기업연구원장, 부산대 경영대학 교수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발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여년의 사회적기업의 역사를 가진 영국의 경우, 고용기업체의 5%인 6만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존재하며, 등록제의 사회적기업인 CIC(Community Interest Company)도 5,000여개나 된다. 유럽의 경우 사회적기업이 포함된 사회적 경제는 생산과 고용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그 규모와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는 크고 빠르다.

2007년 시행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인증된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지금 현재 555개이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등을 포함하면 모두 2,000여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여 교육, 의료, 환경, 문화는 물론이고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대체 에너지 등 새롭고 신선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과 기업의 지원은 이미 세계적이다.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는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서밋을 만들어 주류사회와 소통을 돕고 있으며, 하버드대 교수인 빌 드레이튼이 설립한 아쇼카 파운데이션은 가난, 문맹, 환경, 보건, 문화, 차별 등의 사회문제를 지속적이고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여 그들이 희망이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거나 지원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친환경화장품 기업인으로 성공한 고든로딕과 함게 빅이슈를 설립한 존버드가 그러하고, 보잉사의 우선구매로 성장한 사회적기업인 파이어니어 인더스트리즈가 그러하다.

세계적 기업들 사회적기업 지원사례 드물지 않아, 대기업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 바람직하고 고무적인 일

최근 5대그룹에 속하는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으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거나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일은 비록 ISO26000의 제정에 따른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이라 하더라도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의 발전이 기업연계형 사회적일자리사업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오래되었다. 비영리민간단체들에게 도시락시설을 해줌으로써 결식아동과 노인들에게 양질의 무료급식의 지속적 제공이 가능하게 된 ‘행복도시락’,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려는 아이디어 대회와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휠체어가 들어가는 특수차랑을 지원하여 교통약자들에 대한 이동편이가 수익성과 더불어 가능하게 한 ‘안심생활’,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원해온 사회적기업의 성공적 결과이다.

이와 같은 대기업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기업 사회공헌에도 새롭고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과거의 사회공헌은 일방적으로 돈을 나누어주는 것이었으며, 전문화된 목적 없이 일회성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기업으로서는 비용이었고 가진 자의 관용과 자선이었으며 종속적인 관계가 전제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공헌은 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공헌이 창조하는 효과가 중시되는 투자의 시대를, 그리고 일방적 종속이 아닌 쌍방적 파트너십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좋은 것을 위한 것이다. 출산과 육아 휴가의 부담을 가지면서도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고용하는 일, 생산성이 낮아져 소득이 감소하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친환경농법을 사용하는 일, 제품이 단가가 높아져 매출이 줄어들 것임을 알면서도 재활용 제품이나 공정무역 제품을 써야만 하는 일, 이런 좋은 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좋은 일’을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하고 많은 ‘좋은 일’ 가운데 자신들의 능력과 여건에 적합한 바로 그 ‘좋은 일’을 찾고, ‘좋은 일’을 위해 필요한 전략을 구상하고, 돈과 사람을 모으며, 그들을 리더하고 동기부여하며 끊임없이 평가하고 개선해 나가는 이 어려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사회적기업에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은 ‘보람있는 사회운동’ 이 아니라 ‘치열한 기업경영’

그리고 그러한 역량은 이미 세계적으로 성장한 우리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보람있는 사회운동’ 이 아니라 ‘치열한 기업경영’이다. 창조와 혁신을 통하여 오늘의 성장을 이끌어낸 기업의 역량이 사회적기업으로 공유되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최첨단 경영기법과 기술이 아니라도 좋다. 기업에겐 사소한 것이지만, 조그만 부분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보편화된 기술과 경영기법, 이른바 ‘적정경영’이면 충분하다. 기초적인 전략과 작업장 합리화, 그리고 경쟁자의 인식과 제품가격의 결정, 유통구조의 선택과 단순한 원가와 세금계산만으로도 사회적기업은 일어설 수 있다.

이미 성공한 우리나라의 기업과 경영자의 호주머니 안에는 이러한 보배가 가득하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적정경영’, 경영자의 21세기 기부문화의 출발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여 지금에 이른 그 고난과 아픔,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라도 사회적기업에겐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동반사회를 위한 사회적기업의 목소리에 이제 경영의 달인들이 화답할 때이다.

조영복 (사)사회적기업연구원장, 부산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