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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강짱] 불법사전(정철, 2010)


  '자, 이제 저의 불법에 공범이 되어 주시겠습니까?'라는 재치 있는 오프닝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다양한 단어들에게 새로운 뜻과 의미를 부여하는 불법사전.
  궂이 새로운 뜻이 아니더라도 작가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읽으면서 공감하고 또 공감하는 내용들이 수두룩한 책.
  그 단어들을 묶은 내용들은 수없이 많으며, 왜 이런 책을 이제야 봤을까 하는 느낌을 받은책.
  출퇴근길에 완전 몰입해서 읽은 책이다.
  아래에 적은 내용들은 내가 읽으면서 하나하나 남겨두고 싶었던 내용들이다. 발산적 사고에 도움이 될 만하다.

자살 : 세상에서 나를 지우는 일. 완벽하게 지워도 지우개똥은 남는다. 지우개똥보다 오타로 얼룩진 인생이 낫다.

하느님 : 하느님은 어떻게 생겼을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핸섬하게 생겼을까? 아니면 산타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수염이 얼굴을 덮었을까? 아니면 엄한 교장선생님처럼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물론 셋 다 아니다. 셋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한 사람은 이 책에 실린 '고정관념'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왜 하느님이 남자일 거라 생각하는가.하느님도 가끔 질투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느님은 여자임이 분명하다. 긴 생머리에 나풀나풀 드레스를 입고 있을 것이다. 하느님은 남자라는 고정관념도 버려야겠지만, 질투는 여자라는 더 지독한 고정관념부터 버려야겠지.

가족 :  같은 곳을 보는 사람. 같은 꿈을 꾸는 사람. 잠깐 다른 곳을 보더라도 잠깐 다른 꿈을 꾸더라도 조용히 기다려주는 사람. 끝내 다른 곳을 보더라도 끝내 다른 꿈을 꾸더라도 뜨겁게 응원해주는 사람.

슬럼프 : 야구선수는 홈런을 노리다 스윙의 균형이 무너지며 슬럼프에 빠진다. 영화감독은 대박을 노리다 자신만의 문법이 무너지며 슬럼프에 빠진다. 신문기자는 특종을 노리다 기자정신이 무너지며 슬럼프에 빠진다. 모든 슬럼프의 원인은 홈런과 대박과 특종이다. 욕심이다.

울보 : 눈물을 흘리면 떠난 사람이 돌아올 거라 믿는 바보. 그 눈물 때문에 그 사람이 더 멀리 떠내려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 보고 싶을 땐 울지말고 그를 향해 움직여야지. 눈물 대신 땀을 흘리며

타임머신 : 타임머신을 손에 넣으면 과거로 가겠는가, 미래로 가겠는가. 과거라고 대답한 사람은 조금 힘들 것이다. 너무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불편하고, 교통도 불편하고, 책 한권 구해 읽는 것도 몹시 불편할 것이다. 내 어릴 적 코 질질 흘리는 모습을 다시 보는 것도 불편할 것이다. 편리하게 사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과거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불편할 것이다. 편리하게 사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과거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세상일 것이다.......

매니큐어 : 오른손과 왼손은 라이벌. 서로 예뻐 보이려고 경쟁하는 평생의 라이벌 그러나 손톱 세워 상대를 할퀴려하지 않는 착한 라이벌. 오른손 손톱엔 왼손이 매니큐어를 칠해주고. 왼손 손톱엔 오른손이 매니큐어를 칠해주고.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주는 아름다운 라이벌.

화장 : 화장이 성공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말. 누구시더라?

친정아빠 : 친정아빠보다 술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는 남편은 술고래 소리를 듣는다. 친정아빠보다 담배 한 모금이라도 더 피우는 남편은 골초 소리를 듣는다. 세상 모든 아빠는 자식의 기준이다.

모험 : 옷장 속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옷을 꺼내 입고 외출하는 것. 처음엔 자꾸만 입은 옷에 신경이 쓰이는 것.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하루종일 잊고 지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모험은 창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행 : 지금 내 자리에 내가 없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는 공부.

리뷰어 : 강짱(KangZZang, angel_agam@hanmail.net)
소   개 : 대학생, 한국소비자원 대학생 기자단, 블로그 'KangZZAng's talk(바로가기)' 운영
책취향 : 다양한 책을 사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