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름의 미학
'서투르다'라는 말을 기분좋게 들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서투르지 않기를 바란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많은 것을
빨리 능숙하게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투르다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령 능수능란하게 키스를 하는 이가
첫 키스의 떨림을 다시 느끼기란 쉽지 않다.
지금은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어 버린 이가
처음 축구화를 사서
고사리손으로 그 끈을 묶을 때의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서툰 이들이여, 서툰 지금을 창피해할 필요 없다.
아니, 후일에는 절대 다시 느낄 수 없을 그 느낌을
지금 충분히 만끽하기를 바란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필시
서툰 오늘이 다시 그리워질 터이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서툴지요.
사랑에도, 공부에도, 처세에도, 삶 자체가 서투름 투성이에요.
사람이 모든 것에 완벽할 순 없을 텐데 우린 서툰 그 무엇 때문에 주눅들고 의기소침해져요. 조금만 자신에게 관대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서투름의 미학'이라는 말로 서툴렀지만, 그랬기에 순수했고 두근거렸던 그때를 되돌아 보게하네요. 서투른 오늘을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느낄 수 없기에 몹시도 그리워 질 오늘을 만끽하시길~
내 마음
신 김치만 먹는 나.
어느 날 왕십리
네거리에 있는
변두리 식당에 가서
슬픈 허기를 때우기 위해
신라면 하나를 시켰다.
침을 열 번 삼키기 전에
주문한 신라면과
김치가 나왔다.
김치를 들어 냄새를 맡아 보니,
분명 익지 않은 김치.
내가 주문한 음식을
내려놓고 돌아선
아줌마를 서둘러 불렀다.
잠깐이지만
꽤 긴 것 같은
시간이 흘렀고,
아줌마는
내눈을 바라보다
경쾌하게 말했다.
"신 김치?"
내 마음을 알아차린
그 식당 아줌마.
별안간 그 아줌마와
결혼하고 싶다.
지금 내 마음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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