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에 발매된 이 책은 당시 서적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자기개발에 돌풍을 일으켰다. 내가 가진 책은 같은 해 8월에 인쇄된 것인데 무려 80쇄이다. 겨우 6개월만에 엄청난 부수의 책이 팔린 것이다. 혼, 창, 통이라는 세글자는 매우 단순하다. 그렇기에 뻔하고 뻔한 얘기가 쓰여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당시에는 책을 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중고책방에 떡하니 꽂혀있길래 3천원이면 한 번 볼만 하지, 라는 생각으로 입양해왔는데 예상 외로 - 아니, 예상 안일지도 모르겠다 - 알차다. 책의 내용은 위클리 비즈라는 조선일보 경제 섹션에서 저자가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재편집 되었기 때문에 확실히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혼, 창, 통. 이 단순한 키워드에서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세계적 CEO와 석학들의 속이 꽉 찬 인터뷰는 하나도 버릴 게 없었지만 몇 머리에 남은 구절을 옮겨보겠다.
혼은 비전이요 가치요 신념이다. 세계적인 석학과 기업 CEO들은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개인과 기업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것을 꼽는다. (38쪽)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은 또 어떠한가. 그는 매일 밤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빨리 내일 아침이 밝았으면 좋겠다. 오늘보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으니까.' 출근을 할 때마다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갔다니, 놀라울 다름이다. 예전에 한 기자가 "즐거운 일이 아니라 골치 아픈 일이 잔뜩 생겼을 때도 소풍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정 회장은 웃으며 받아쳤다. "나는 골치 아프고 힘든 일이 잔뜩 있을 때는 그 일이 해결되었을 때의 기쁨을 생각하면서 출근합니다." (73쪽)
- 이 구절을 보고 정말 슬프고, 노여웠다. 과연 나 같은 범인이 끝없이 노력한다해도 이런 사고를 가질 수 있을까? 노력 이상으로 영혼 자체의 전복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일개 사원이 아니라 기업의 수장은 확실히 사고회로가 다른가보다.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이런 발상의 전환이 기업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면 나라는 작은 개인에게는 얼마나 큰 변화를 줄까 기대된다는 것이다.
류촨즈 회장의 인재 양성 노하우는 '엔진 문화'라는 말로 압축된다.
"간부는 큰 엔진이고, 그 밖의 모든 직원들은 큰 엔진과 함께 돌아가는 작은 엔진이 되어야 합니다. 밑의 직원들이 엔진에 따라 움직이는 기어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원동력이 더 커지게 됩니다." (96쪽)
- 모 회사 면접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어떻게 일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다가 애정이 적었던 회사여서 '그저 열심히 하겠다'라고만 답했다. 내게 그저 열심히라 함은 시키는 일을 잘 하는 것이다. 앞에 잘 나서지 않고 위에서 내려주는 지시를 따라 시키는 건 정말 열심히 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부분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왜? 일을 잘 하고 시다고 생각치 않았기 대문이다. 그저 '한다'라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 톱니바퀴 움직이듯 행동하지 않았을까. 열심히 놀리던 내 펜에는 혼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이 성장하고 있거나 썩어가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중간은 없다. 가만히 서 있다면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창'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창을 추구하지 않으면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간은 없다. (106쪽)
"제 소리에 제가 미쳐 득음을 하면 부귀보다도 좋고, 황금보다도 좋은 것이 이 소리판인 것이여." (108쪽)
- 영화 <서편제>에서 왜 소리를 하느냐고 묻는 딸에게 소리에 미친 아버지가 들려주는 말이다. 미친다라는 말처럼 들을 때마다 유쾌한 단어는 없다. 물론 귀에 꽃 꼽고 샤랄라- 하는 게 그렇다는 건 아니다. 무언가를 좋아해서 빠지고, 미쳐서 헤어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하지만 그 중독이 양적(陽的)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 미련한 자신만의 고집. 물론 긍정적이고 - 사실 분류하기에도 조금 이상하지만 - 사회에 도움이 좀 됐으면 좋겠다.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는 말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는데 나는 이 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패를 되풀이하더라도 '도전만 계속하면 잘되지 않을까'라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0쪽)
-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할 때 2천 번의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고, 2천 번의 안계를 거쳐서 전구를 발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패를 통해 더 진전된 다른 것을 배운다는 생각을 가졌엇다. 하지만 요타로 교수는 '실패는 실패의 어머니'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패란 실패 자체로는 아무런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패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때 실패가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보통은 전자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만 믿고 문제에 대해 득달 같이 달려들곤 한다. 하지만 이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무리하면 바위에 부딪힌 머리만 깨질 뿐이다.
'통'은 모든 사람이 벽돌을 쌓는 진정한 의미를 함께 나누는 일이다. 통은 또한 벽돌을 빨리, 많이, 예쁘게, 그리고 다른 성당과 다르게 쌓는 노하우를 함께 나누고 함께 실해앟는 일이다. 또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다. (199쪽)
"우리 회사 사람들 중에 내가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평소에 '회장님, 참으로 멋진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해서 그런지 사원들은 내 말을 추종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야만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차라리 그 월급을 내게 달라고 말하고 싶다." (239, 240쪽)
- 이렇게 따지면 난 결코 월급을 탈 수 없겠구나, 싶다. 상급자, 나아가 조직의 리더와 생각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과연 어디서 나오는가. 직원을 생산을 위한 재료 중 하나인 재(材)로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소중한 재산인 재(財)로 볼 때 이러한 발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나를 따르라고 앞에서 명하는 리더가 아닌, 자신을 아래사람의 층까지 낮춰 같이 호흡하는 사람. 이런 틀을 깸으로서 발휘되는 창의성은 자연히 조직의 성공을 이끌어 낼 것이다.
이지훈 저, 「혼·창·통」, 쌤앤파커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