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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쏭지]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빅픽처(더글라스 케네디,2010)



빅픽처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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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 조시가 또 울었다.

......(중략)

잭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

조시의 아버지로 시작해 잭의 아버지로 끝나는. 섬뜩할 정도로 섬세한 표현에 머리카락이 쭈볏해지고, 팔에 닭살이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영화처럼 머릿속에 필름을 만들어 낼만큼 스릴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소설이다.

p.49 최소한 연봉 50만 달러, 수많은 특권.... 그러나 그 모든 건 내가 뷰파인더 뒤에 인생을 포기하는 대가로 얻은 것들이었다. 잭이 오래전 맥두걸 가 화실에서 꿈꾸었던 인생, 이제는 백일몽이 되어버린 인생, 안정된 삶을 선택하는 대가로 포기한 인생.

p.134 "그렇지만 베스가 정말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네가 네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이야. 너의 그 자기 연민. 덫에 빠진 양 엄살을 떨어대는 빌어먹을 행동. 사진가로 성공하지 못한 건 그 누구 탓도 아니야. 바로 네 탓이지. 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할 뿐이야.“

“그런 넌 성공했어? 너는 인생 낙오자일 뿐이야."

p.169 어쩌면 나는 게리의 고집스런 집착을 남몰래 질투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와는 달리 생활방편을 위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니까. 연속되는 실패에도 게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렸으며, 희망을 잃지 않고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려 했으니까.

안정된 삶을 선택하는 대가로 자신이 진정 하고싶은 일은 포기한 인생이라며 백일몽이 되었다고 표현하는 벤을 보며 안쓰러워 보였다. 특히 게리와의 대화에서는 안정된 삶을 선택한 것이 마치 죄를 짓는 사람마냥 말하는 게리를 보며 많은 생각이 오갔다. 결국 벤은 우발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고 죽은 시체를 보며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하며 계획을 세운다. 만약, 게리를 죽였다는 사실이 경찰이 알게 되는 쪽으로 흘렀다면 다른 책들과 똑같은 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치밀한 계획으로 제 2의 주인공인 게리의 삶을 살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아니 360도 달라지게 된다. 

p.251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 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이 누더기 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사실 나쁜 행동을 했지만 벤의 꿈이 이루어지고 행복해하길 바라는 심정으로 봤기 때문에 사건이 들킬까말까 조마조마 했다. 제 2의 삶을 살며 성공이라는 문턱까지 올라갔지만 물질적 안정은 그에겐 많은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또 모든 걸 두고 떠나야만 했다.

p.431 “한 번 큰 상실감을 겪고 나면 모든 게 쉽게 깨어질 듯, 부서질 듯 보이지. 더 이상 행복을 믿지 않게 돼. 좋은 일이 찾아와도 조만간 사라지게 될 거라 생각하지.”
“나는 사라지지 않아, 앤.”

하지만 그의 연인인 앤으로 인해 벤이 아닌 게리가 아닌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많은 이들은 안정 속에서 일탈을 꿈꾸지만, 수많은 일탈 속에서 결국은 안정을 찾길 원한다. 진정 내가 바라는 일이란 심장이 미칠듯이 쿵쾅쿵쾅 두근거리는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의 안정이 원하는 일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물론 그것이 조화를 이룬다면야 행복한 삶이지 않을까?

p.117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리뷰어 쏭지(송지혜) ssongji337@naver.com 블로그 "Keeeeeep G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