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Ⅱ/기타

[상처 받은 사람들], 도스또예프스끼


  제목 그대로 자존심과 멸시, 명예와 모욕, 사랑과 증오에 관한 소설.

  반려 동물들도 사랑하고 따르는 주인이 다른 동물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으면 질투를 한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도 모욕받는다고 할 수 있을 테고, 이 것을 반대로 뒤집는다면 동물들에게도 명예가 있다는 명제가 성립될 듯?!) 하물며 인간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얼키고 설키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죽을 만큼 사랑함에도, 아니 그렇게 사랑하기에 더! 상처와 모욕을 끊임없이 주고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었음을 알게된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예수가 말한대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제가 진리라는 것을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하기는 너무도 어려움을, 작품을 읽어나가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은,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머니에게 끊임없이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주입 받고, 어린나이에 어머니가 죽은 이후에는 세상의 악과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넬리'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또예형의 장기 중 하나는 인간의 죄악으로부터 모욕 받은 여성에 대한 뛰어난 묘사라고 할 수 있는데(젊었을 적 한 소녀를 능욕했던 작가의 경험이 많이 녹아 있는 듯 보인다.), 자신이 받은 그 모욕을 풀지 못한채, 증오의 칼을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휘두르는 넬리의 모습은 시종일관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고 아프게 만든다.

  해설을 보면, 인도주의적이었던 작가의 시선이 시베리아 유형 생활 이후, 이렇게 세상과 인간을 악하게 보는 시선으로 변해버렸단다. 개인적으로 용산에서 의경생활을 할때에 이제껏 단절 되어있던 세상 밑바닥의 추악한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악몽도 많이 꾸었던 터라, 매우 공감이 간다. (한가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개인적인 경험이 있지만, 너무 암울해 질까봐 이야기를 못하겠다;;;)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지만, 예상외로 우울하기 보다는 오히려 위로가 된다. 카타르시스일까. 아니면 이미 세상의 악을 너무도 많이 목격하며 살아서 무뎌진걸까. "바냐, 이것은 한바탕의 꿈이었어요!" 여주인공 나따샤의 마지막 대사이다. 이 한바탕의 꿈같은 인생. 어쨌든 사랑하며 살아야 겠다. 아니,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상처받은사람들(상)
카테고리 소설 > 러시아소설
지은이 도스토예프스키 (열린책들, 2010년)
상세보기

리뷰어 : 주나나(이지용)
소   개 : CCM&찬송 커뮤커뮤니티 '주 나눔나우' 지기
책취향 : 인문고전, 신앙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