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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 너는 나에게 1000원을 주었어. 네가 갖고 있는 전부를. 너는 항상 네 전부를 던져. 사람들은 그렇게 전부를 던지지 않아. 자신을 위해서 조금은 남겨둔다고.'- p. 206
처음 스토리 소개서부터 이 책이 매우 끌렸다. 고아가 되어 핏줄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어떤 할머니에게 맡겨지고, 커서 코미디언이 되려는 꿈을 품다가 후배들에게 걷어차여서 지하철 잡상인들의 세계까지 굴러가게 된 남자주인공. 삼중고를 겪는 동생과 함께 살면서 자신이 그린 동화책 그림을 동화작가들에게 팔고 농아봉사활동까지 하면서 살다가, 바이올리니스트의 아이를 덜컥 밴 채로 지하철에서 수치심을 파는 여자주인공. 흑화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본인은 지하철 잡상인들의 힘든 생활을 그대로 담지 않았을까, 그럼 어두운 이야기가 아닐까 두근반세근반 하면서 보았지만, 그렇게 어두운 이야기는 아니다. 차디찬 지하철 벤치에서 입 돌아갈 것을 각오하고 하룻밤을 잔다는 것이 그리 쉬울까. 보통 사람들은 읽을 수 없는 점자로 책을 만들고,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는 동화책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나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그러나 책 안의 인물들이나 나레이션이나 전부 심기가 매우 편해 보이는 것을 어찌하랴. 오히려 일부러 길게 늘어놓은 듯한 넉살스런 문체들이 이 책을 펼쳐보는 독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결말도 본인이 싫어하는 묘한 해피엔딩이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쭉 보는 동안 마치 이 글을 쓴 작가와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하류인생이지만 웃고 동정하면서 지켜봐주세요.' 본인도 여태까지 동정과 사랑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동정은 위에서 사람을 내려다보는 행위고, 사랑은 밑에서 사람을 올려다보는 행위라고. 이 책에서는 완전히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너무 낙천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리는 사랑을 찾기 전에 동정과 공감 등 사소해보이는 감정을 느끼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다친 사람을 보면서 따끔함을 느끼고, 우는 사람을 보면서 출렁이는 마음을 느끼는 것도 사랑이다. 애인도 사랑하고 부모님도 사랑하고 내 이웃들도 사랑하듯이. 짧지만 굵직한 교훈을 남겨주는 책이었다.
날아라 잡상인을 만화로 그렸다면 대략 이런 분위기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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