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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책의 주인공 여자아이는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지만 낙태되었다. 어머니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딸이 의붓아버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은 다시 반복적으로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두번째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은 뒤 고아원에 보내버린다. 집을 떠나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녀는 남자를 매우 무서워하면서 살게 된다. 1년 후, 우연히 교회에 들르게 된 여주는 그곳을 은신처로 삼고 있던 주인공 남자아이를 신부님으로 착각하여 자신의 과거를 전부 고해하고 만다.
아.......
남자친구가 쿠스노키 케이 씨의 만화책을 모으고 있어서 나도 자연스레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야가미군의 집안사정이라던가 귀절도의 그림체는 너무 고전틱하고 인체가 불균형이어서 볼까말까 망설였었다. 그러나 이 만화책의 그림은 너무 예뻐서 그냥 저절로 펼쳐보게 되었다. 그런데 내용이 왜 이렇게 다크하고 어두운 것일까... 이 만화책을 쓰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처음에서부터 압도적인 스토리전개, 그리고 남주와 여주가 이어나가는 불편한 관계에 몰입해버린 나머지 서 있는 채로 다 읽어버렸다. (무엇보다도 한 여자에 빠져서 앞뒤 돌아보지않는 바보 남주가 내 취향인지라.) 그렇게 신나게 펼쳐보고 있던 도중 3권의 후기를 보았다. 이 만화를 그린 여성 작가는 첫아이를 유산하게 된 이후, 이 로맨스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그래서 스토리를 구상하던 중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다고.
아아.......
아니 그런데 겨우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를 써도 되는 건지;;; 하긴 우리나라에도 임신한 채로 고어만화를 그린 작가도 있다고 하지만, 아이 정서엔 괜찮은거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4권 후기에서는 정상적으로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 후기를 읽으면서 만화를 보다보니, 4권에서는 마음 짠한 장면들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 한 방울 떨구고 말았다. 이런 기막힌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평균 14살 되어 임신한 여자아이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성문화가 점점 개방적으로 진행되면서 여성들이 즐기는 자유와 더불어 위험도 배가 되고 있는데, 아니 사회적 상황을 떠나서 저마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법인데, 아직도 이 '개방적인' 사회에서는 싱글맘들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 만약 여주의 주위에 아기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는 시각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녀가 그렇게 무심코 아이를 고아원에 버렸을까? 글쎄, 배가 불렀을 때부터 그녀는 아이를 종양취급했다고 하지만, 남의 집 아기를 보는 그녀의 시각에서 죄책감이 보였다.
일단 이 만화책의 결말을 알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남주의 주위에는 여주를 떼어놓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10년 넘게 소꿉친구로서 남주 주위를 맴돌았던 유즈.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남주를 협박하면서까지 곁에 남으려는 미즈키. 이 무서운 여자들은 남주와 여주가 헤어져서 자기들에게 기회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글쎄... 나도 이 커플의 앞날이 순탄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주가 여주 안에 쌓여있는 깊은 어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만큼 용기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여주도 남주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순순히 받아들일만큼 희생적인 인물만은 아니다. (일단 의붓아버지의 두번째 자식을 낳은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도 남성콤플렉스를 너무나 쉽게 극복하여 남주와 사랑에 빠졌다. 자신을 가위로 찔러죽이려는 독한 미즈키를 앞에 두고서도 남주를 그녀에게서 빼앗으려고 하는 더 독한 여자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이 오랫동안 사귀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과거가 사람의 일생을 결정한다'라고 너무나 쉽게, 정말 너무나 쉽게 지껄이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해줬으면 좋겠다. 서로를 배려하고, 같이 앞을 바라보며 고난을 헤쳐나가면 어떤 것도 이겨나갈 수 있다고 말해줬으면 한다.
쿠스노키 케이씨. 그림실력뿐만 아니라 출중한 외모로 인해 일본 만화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녀의 쌍둥이 언니도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케이씨 작품이 더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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