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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냉정을 유지하는 싸움의 기술.' [란마 1/2 10~15권: 타카하시 루미코]


란마1/215
카테고리 만화 > SF/판타지
지은이 Rumiko Takahashi (서울문화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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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5권 사이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단연 13~14권이다. 예전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장면 다음으로 좋아하던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좋아하게 된 부분이다. 란마는 여자들의 속옷을 훔치는 핫포사이를 응징하려다가 필살기를 먹고 힘이 약해지게 된다. 그 전 부분인 11권에서는 아카네가 특수한 국수를 먹고 힘이 세지는 장면이 나와서 더 재미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5권 사이에서는 왠일인지 란마가 엄청 당하고 산다(웃음). 원래 란마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만화라지만 여기선 조금 불쌍하다는 마음까지 든다. 일단 세진 아카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11권에서 아카네는 핫포사이가 만든 강력국수를 먹고 강해진다. 그리고 치료제를 먹음으로서 그 힘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속만 썩이는 란마도 이길 수 있고 자신의 연적인 샴푸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그 힘을 포기하려 하겠는가. 그러나 노력도 하지 않고 우연히 얻는 힘에는 부작용이 반드시 따르는 법. 강력 국수는 먹고서 시간이 지날 경우 얼굴에서 수염이 난다. 란마는 강제로 그 약을 먹이려고 했지만 결국 아카네의 얼굴엔 수염이 나 버린 뒤였다. 어쩔꼬 ㅠㅠ 란마는 그 모습을 신나게 비웃지만 더 이상 군소리하지 않고 순순히 아카네에게 약을 준다. 여기서는 어느 정도 관대하게 보이기도 했다. 잠시 동안은...

 

 근데 수염이 고양이처럼 나서 그런가 귀엽다!!!

 

 13권에서는 반대로 란마가 힘을 잃어버린다. 핫포사이에게 필살기를 당해 힘이 약해지자 이때까지 란마에게 맞고 살았던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집단구타를 한다. 전에는 한 주먹감도 안 되었던 사람들까지 자신을 막 대하니 얼마나 열받을까;; (그러니 사람은 평소에 행실을 똑바로 해야 한다.) 결국 그는 샴푸의 할머니가 충고한 바에 따라 비룡승천파를 배우기로 한다. 상대방이 흥분해 열기를 발하는 가운데 냉정함을 유지해서 돌풍을 일으키는 기술이라고 한다. 터무니없지만 왠지 납득되는 느낌?! 아무튼 란마는 아카네를 이용하여(...) 료가를 열받게 만든 다음 비룡승천파를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연습에서 성공한 그는 자신있게 핫포사이에게 도전하는데, 여차저차하여 아카네가 회오리바람에 말려들게 된다.

 

 핫포사이의 필살기를 풀 수 있는 그림이 다 찢어졌지만, 란마는 그래도 아카네를 구해내려고 노력한다.

 

 란마가 남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곤란에 처한 아카네를 구해내려고 한 적은 많다. 하지만 본인은 유달리 이 부분이 좀 색다르다고 생각했다. 격투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힘이 없어진다면 치명적이다. 설령 여자로 살 수밖에 없더라도 란마는 힘이 어느 정도는 세다. 하지만 핫포사이의 말대로 여자인 상태에서 힘이 없다면, 미인계를 써도 결국 치욕적인 일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란마에게 힘이 약해진다는 것은 여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보다도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 유일한 방법이 찢어져 사방으로 흩날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마는 실의에서 벗어나 아카네를 지키는 데에만 자신의 남은 힘을 다 쏟은 것이다.

 사실 만화를 쭉 보신 분은 감을 잡겠지만 란마는 힘으로 아카네를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 예쁘지 않는 계집애라고 흠은 잡을 지언정 료가처럼 흥분해서 사람의 뼈를 분쇄할 듯이 껴안으려 하지도 않는다. 두 여자를 사이에 놓고 갈등할지언정 검도선배처럼 두 여자를 다 차지하려 하지도 않는다. 사랑을 얻으려면 힘으로 끌고가지도 말고, 욕심을 부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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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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