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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고길동, 신부되어 상담하다' [청소년사전: 조재연]


청소년사전부모와아이는서로다른언어를쓴다
카테고리 가정/생활 > 자녀교육
지은이 조재연 (마음의숲,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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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무시와 비난, 공격에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이 한 행동이나 말의 의미, 또는 의도를 오해하거나 과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상대방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다른 사람이 항상 나를 인정하고 내게 친절해야 한다는 지나친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방의 행동이 나를 비난하는 것이 분명하다 해도 과연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는가?- p. 222


 조재연 신부님은 아이들과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고길동 신부'라고 부른다 한다.

 

 둘리를 본 사람들은 애고 어른이고 막연히 고길동을 나쁜 놈이라 생각하는 데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엄마아빠를 다 잃어버린 아기(희동이)를 자신의 집에서 키우고 있다. 또한 '이상하게 생긴 파란 도마뱀'을 자신의 집에서 무료로 하숙하게 해주고 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놈의 둘리 패거리는 먹고 자고 물건 부수는 게 하루의 일과이다. 고길동은 그들을 밖에서 어떻게든 내보내려 궁리하긴 하지만, 막상 내보내면 그들을 보고싶어한다. 어떨 때는 둘리 패거리들에게 줄 선물을 사서 들어오곤 한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돈을 벌어다주는 인간인 한편, 나름대로 인간성까지 출중하다. 나중엔 둘리 패거리에게 말려들어 모험을 같이 다니기까지 한다. 어쩌면 신부님께서 고길동의 진가를 알아보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현실에 찌든 아저씨이지만, 누구보다 청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사고뭉치 둘리'를 만나게 됨으로서 가능했다.
 

 최근에 이슈가 된 것은 바로 웹툰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이다.
물론 누가, 왜, 무슨 기준으로 제한했는지에 대해선 거의 아무런 설명도 없다.

 

 청소년의 목을 직접적으로 조인 법안은 여성부의 '셧다운제'에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아이들이 밤샘하면서 컴퓨터를 두들겨대지 않고, 일찍 집에 들어가 자기를 원하는 부모들의 심정도 이 법안을 세우는 데 한 몫했을 것이다. (그 전에 아이들에게 '컴퓨터 그만해라'라는 일방적인 말이 아니라, 아이들과 한 번이라도 컴퓨터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나 해봤는지 의문이 가지만.) 그러나 이 법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게 된 주요 계기는 게임 회사들을 일방적으로 모아놓고 매출의 1%를 게임중독에 걸린 아이들에게 기부하라고 강요한 여성부였다. 한국은 점점 '여성성을 지닌 사람들'과 '아이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모든 것이 경쟁체제로 나아갈 때, 복지권과 생존권이 무너지는 급박한 시대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사람들은 여성 그리고 노약자들이다. 신부님의 우려는 아이들을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하는 가정에 이어 점점 억지스런 규제로 '적'의 목을 틀어쥐려 하는 사회분위기로까지 뻗어가고 있었다. 문제의 근본점을 명확하게 지적한 점에 대해선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결혼에 대해서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셨고, 그 밖에 내가 찬성할 수 없는 시각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고길동 신부는 10년 넘게 상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의 기초적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신 듯하다. 컴퓨터의 급속한 발전에 맞춰 이메일 코너도 세운 듯하지만, 편지상담을 유달리 좋아하시는 듯하다. 그리고 청소년이 고민하고 있는 사례를 기반으로 하여 청소년의 편을 우선적으로 들어주는 한편, 청소년과 가족의 얽힌 심리들을 냉철하게 파악해 읽는 사람이 상처받지 않도록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다. 예능계에서 독설이 유행했던 이후, 자기개발도서와 상담계에서도 독설의 바람이 불어닥쳤었다. 하지만 독설은 어떻게든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그 증폭된 감정에 자칫하면 공격성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어휘력을 잘 발휘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미 첫 방영된지 30년이 지난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를 내세운 고길동 신부는 상담의 고전으로 뿌리를 박을 수도 있겠다. 이미 사람들에게는 낮뜨거운 것으로 취급되는 '사랑'을 글 속에 그대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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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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