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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천상병-장마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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