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희-물에게 길을 묻다(수초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누가 말했었지요그래서 나는 물 속에서 살기로 했지요날마다 물 속에서 물만 먹고 살았지요물 먹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물보라는 길게 물을 뿜어올리고물결은 출렁대며 소용돌이쳤지요누가 돌을 던지기라도 하면파문은 나에게까지 번졌지요물소리 바뀌고 물살은 또 솟구쳤지요그때 나는 웅덩이 속 송사리떼를 생각했지요연어떼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물가의 잡초들을 힐끗 보았지요눈비에 젖고 바람에 떨고 있었지요누구의 생도 물 같지는 않았지요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물같이 사는 것이었지요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물 먹고 산다는 것은 물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물 먹고 살수록 삶은 더 파도쳤지요 오늘도 나는 물 속에서 자맥질하지요물같이 흐르고 싶어, 흘러가고.. 더보기 김윤아-Going Home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더 해줄 수 있는 일이있을 것만 같아 초조해져.무거운 너의 어깨와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너에게 생기면 좋겠어.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나는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우리를 기다려 주기를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이뤄지기를 난 기도해 본다. 더보기 심순덕-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생각 없다,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보고 싶으시다고... 외할머니 보고 싶으시다고,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더보기 이전 1 ··· 187 188 189 190 191 192 193 ··· 483 다음